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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동향과 국내 도입] 전문가 좌담



내년 말 헤지펀드가 전격 도입된다. 정부는 내년부터 시행될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을 통해 1단계로 적격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헤지펀드 도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 공모형 재간접헤지펀드(Fund of Hedge Fund)도 허용할 것으로 보여 개인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에 헤지펀드가 자리잡을 날도 머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헤지펀드를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가 않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헤지펀드들의 부실 도미노 우려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투자 안정성은 없지만 소위 ‘대박’을 노릴 수 있다는 국내 투자자들의 헤지펀드에 대한 잘못된 인식도 문제다.

미국 헤지펀드 회사인 파커 글로벌(Parker Global Strategies)의 버지니아 파커 대표와 헤지펀드 전문가인 미국 롱아일랜드대 정삼영 교수를 만나 헤지펀드의 최근 동향과 국내 도입에 대한 시사점 등을 들어봤다.

/사회=조영권 부사장

―지난해 많은 헤지펀드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 헤지펀드들의 지난해 수익률은 어떤가.

▲파커=투자 대상이나 전략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차이가 날 수 있어 헤지펀드 전체 수익률이 어떻다고 말할 수는 없다. 서브프라임 관련 롱(매수) 포지션이었던 헤지펀드들은 손실이 났지만 쇼트(매도) 포지션을 취했던 몇 몇 헤지펀드들은 수익률이 500%에 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상품가격이 급등하면서 에너지나 원자재 등에 투자한 펀드도 수익률이 15∼30% 정도로 좋았다.

우리 회사의 경우 6개의 재간접헤지펀드를 운용하는데 서브프라임 관련해서는 1개의 펀드가 투자하고 있었다. 쇼트 포지션을 취하면서 수익률이 좋았고 중국이나 인도 등의 신흥시장 투자 펀드도 좋은 성과를 냈다.

올해 들어서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전체적으로 불안하면서 지난달까지 3%의 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나 주식시장이 아닌 모기지 시장이나 신용디폴트스와프(CDS)와 관련해서는 성과가 점점 좋아지고 있고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해 투자를 계속 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대형 금융기관 산하에 있는 헤지펀드들도 무너졌다. 앞으로 얼마나 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파커=서브프라임 투자가 많았던 헤지펀드들은 지난해 5∼6월께 이미 부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신용 경색 위기가 완전히 해소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면서 올해도 우려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유럽 금융기관에서도 문제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지만 가장 큰 이슈는 미국 투자은행(IB)들의 부실이 어떻게, 얼마 정도 드러나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헤지펀드들에게는 서브프라임 관련 부실에서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투자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정 교수=동의한다. 헤지펀드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쇼트(매도) 포지션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의 방향성과 상관없이 수익 창출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다른 헤지펀드에는 오히려 기회가 되는 것이다.

특히 재간접펀드처럼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경우 시장 상황에 크게 동요할 필요가 없다. 앞으로 한국도 장기적으로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이런 구조화 상품쪽을 눈여겨 봐야 한다. 중국 증시가 급등하면 중국펀드, 금값이 오르면 금펀드를 경쟁적으로 내놓는다면 개인투자자들은 결국 꼬리만 쫓아다니게 될 것이다.

―미국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면서 이머징마켓의 성장성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헤지펀드들에 한국을 비롯해 이머징마켓이 아직도 매력적인 투자처인가.

▲정 교수= 장기적인 시각에서는 이머징 마켓의 성장 전망은 여전히 밝다.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조한 것에 비해 밸류에이션 매력이 더 커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머징 마켓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는 것은 1∼2년의 단기적인 관점에서 리스크가 높기 때문일 것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사이트펀드에 대한 엇갈린 평가를 보면 이해하기가 쉽다. 장기적으로는 이머징마켓을 중심으로 투자하는 인사이트펀드의 성과가 좋을 것으로 보지만 현재는 손실을 기록할 수밖에 없다.

아시아 시장의 경우 정치적인 문제는 물론 고속 성장에 따른 후유증도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운용하는 헤지펀드들의 관심은 아직도 이머징 마켓에 머물러 있다.

―한국도 내년에 헤지펀드 설립이 허용된다.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 어떤 점들을 고려해야 하나.

▲파커=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헤지펀드의 전략과 기술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가이다. 이에 따라 헤지펀드 도입의 성공과 실패가 엇갈릴 것이다. 헤징 기술 등은 헤지펀드를 도입만 한다고 해서 저절로 익혀지는 것이 아니다. 많은 경험을 갖춘 매니저들이 필요한 것은 물론 지속적으로 교육 등이 중요한 이유다. 다음은 안정적인 수익을 내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어떤 사태로 발전할 지 모르는 상황이다. 한 번에 큰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방향성에 베팅하겠지만 헤지펀드는 이와 관련 없이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앞서 말한 모든 것들과 더불어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리스크 관리 역시 중요하다.

▲정 교수=그렇다. 도입과 함께 기관이든 개인이든 헤지펀드 경험이 없는 국내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심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세계 각국의 헤지펀드들은 리스크 리포트를 주기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제공한다. 많은 사람이 헤지펀드를 투자나 운용 내역에 있어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 블랙박스로 오해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각각 다른 각도에서 위험 정도를 인지할 수 있게하고 투명성 또한 철저하게 담보해야 헤지펀드가 성공할 수 있다.

한국 헤지펀드 시장은 정책적 지원이나 투자자들의 금융에 대한 관심 등으로 볼 때 시간의 문제일 뿐 크게 성장할 것으로 외국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때문에 대형 투자은행(IB)은 물론 외국계 헤지펀드 매니저들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헤지펀드의 전략과 기술을 익히기 위해 실력 있는 사람들이 와서 활동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갖춰놔야 한다. 또 그에 앞서 도입 초기에는 메이드인코리아 헤지펀드에 매달리기보다 아웃 소싱 등을 하며 적응해가야 할 것이다.

/정리=hug@fnnews.com 안상미기자

■버지니아 파커 대표

△미국 듀크대 정치경제학 학사,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OPM 이수 △재무분석사(CFA) 및 국제 금융공학협회(IAFE) 투자리스크 위원회 위원 △파커글로벌 CEO

■정삼영 교수

△미국 메사추세츠대 재무학 박사, 일리노이대 경영학석사(MBA) △국제파생상품연구소(CISDM) 수석연구원 △롱아일랜드대학교 경영대 부학장, 한국재무학회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