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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묶이고 규제 여전..건설업 뿔났다



건설업계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미분양아파트가 지난달 말 현재 13만가구를 돌파해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는 구두선에 그치고 있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금융기관들이 건설업체에 대한 자금대출을 줄이는 대신 기존 대출금 회수에 들어가는 등 자금줄을 조여 경영난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건설업체는 아파트 전매제한 및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 주택담보대출 규제완화 등의 대폭적인 규제 완화를 기대하고 있지만 ‘집값 안정 기조’를 해칠 것을 우려한 정부의 조심스러운 행보에 애만 태우고 있다.

■금융권,건설업체 자금 옥죄기 나서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중견 건설업체 A사는 최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못해 애를 먹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 덕소에 2000여가구의 아파트를 분양할 계획이지만 금융권에서 PF대출에 미온적이어서 분양 일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또 다른 B사는 베트남 등 무리한 해외사업 투자로 리스크가 높아져 금융권에서 PF 대출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는 ‘단지 소문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대출이 가능하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제 금융권에서 건설업체를 요주의 대상으로 분류하고 대출을 더욱 옥죄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건설업체 PF관련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규모는 7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280억원에 비해 무려 76.8%나 떨어졌다. 이는 주택경기가 침체되면서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고 이로 인한 건설업체의 경영 부담이 커지면서 금융권에서 자금대출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건설업체에 대한 대출심사를 강화하고 미분양이 많은 건설업체의 경우 정례 모니터링을 통해 분양률을 파악하고 있다”면서 “일부 중소건설업체는 다소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올해 건설사부도 지난해 대비 36.8%증가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경영난으로 쓰러지는 건설업체들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1·4분기 부도난 일반 건설업체는 26개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9개사에 비해 36.8% 증가했다. 특히 최근 1∼2년새 건설사 부도는 중견 업체까지 확대되면서 올해 1월에는 시공능력평가 146위의 현대알앤씨건설과 358위인 주석종합건설이 부도처리됐고 2월에 우정건설(120위), 진도종합건설(282위), 지난달에 송림건설(586위) 등이 차례로 쓰러졌다. 부도의 가장 큰 원인은 미분양 적체지만 공공공사의 최저가낙찰제 적용 확대로 출혈 수주가 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해외건설도 안심할 수 없어

지난해 최대 효자 종목이었던 해외 건설도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국제 원자재가격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에서 기자재를 많이 사용하는 플랜트 공사 등은 하루 하루 올라가는 원자재 값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해외건설은 특성상 계약서 내용이 천차만별이다. 이 중에서는 에스컬레이션을 적용받아 공사비가 보전되는 경우도 있지만 세부적으로 따지지 않고 일괄적으로 계약한 경우에는 원자재값 상승에 대한 발주처와 시공업체간 해석이 엇갈려 곤란을 겪는 일이 많다”고 밝혔다.

■미분양 해소→지방중소업체 지원→건설활성화 대책

건설사에 발등의 불은 미분양 해소다. 정부 통계상으로는 13만가구 정도지만 민간업체에서는 25만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건설업체는 미분양에 발목이 잡혀 꼼짝도 못하고 있고 지역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업계는 이에 따라 ‘미분양 특효약’인 분양권 전매제한을 이른 시일 내에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대출 규제도 완화해 거래를 살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방 중소업체에 대한 정책적 배려도 시급하다. 지방 중소업체 중 대부분은 정부에서 발주하는 공공공사 수주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최저가낙찰제 공사 확대 등은 현재 상황으로는 적절치 않다는 평가다.

대한건설협회 조준현 정책실장은 “현 단계에서는 미분양, 최저가공사 확대 등 시급한 현안에 대한 적절한 처방이 시급하고 이후 건설·부동산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hin@fnnews.com신홍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