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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북] ‘깡패국가 미국’ 통렬한 자기비판



■미국이 세계를 망친 100가지 방법(존 터먼 지음/재인)

조지 부시, 월마트, ‘뉴욕 타임스’, 갱스터 랩, 패리스 힐튼, 크리스마스, 라스베이거스, 맥도널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처음엔 도무지 연결되지도 않는 단어를 놓고 공통점을 찾으라는 요구에 독자들은 황당하다는 느낌을 받았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 해답이 보인다. 바로 미국이 세계를 망친 여러 가지 방법 가운데 하나라는 점이다.

미국 최고의 지성인 중 한 사람인 MIT대 존 터먼 교수가 쓴 ‘미국이 세계를 망친 100가지 방법’(재인)은 ‘깡패국가’ 미국에 대한 통렬한 자기비판서로, 미국이 불량국가의 이미지를 벗고 착한국가가 되기를 저자는 바라고 있다. 터먼 교수는 미국이 지구환경을 파괴하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불법침략을 자행하며 폭력적 상업주의를 만연시키는 등 정치·외교·경제·문화의 각 분야에 걸쳐 행해 온 악행을 낱낱이 고발한다.

그에 따르면 테러리즘에서부터 대중문화에 이르기까지 작성된 100가지 목록 가운데 가장 심각한 문제는 ‘환경’이다. 미국은 전 세계 인구의 5%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 자원의 25%를 소비하며, 지구상의 그 어떤 나라보다도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다. 뿐만 아니라 엄청난 물 소비와 벌목, 해양 오염 등 미국은 그 큰 경제 규모만큼이나 커다란 해악을 지구환경에 끼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은 지구의 기후 변화에 관한 큰 원인을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후협약에 가입한 178개국 중 유일하게 교토의정서를 비준하지 않는 뻔뻔한 행동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세계 경찰을 자처하며 ‘정의’라는 이름으로 일으킨 추악한 전쟁은 손으로 꼽기도 어렵다. 1636년 키쿼트 족 인디언 살상을 시작으로 1898년 50만명의 필리핀인 학살, 1914년 멕시코의 베라크루스 폭격, 그리고 과테말라(1954년)·도미니카 공화국(1965년)·그레나다(1983년)·파나마(1989년)·이라크(1991년)·소말리아(1992∼93년) 등을 무단침공했다.

미국의 불법행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겉으로는 인권을 내세우지만 속으로는 경제적 이득을 위해 민주적 절차에 의해 수립된 정권조차 자국의 필요성에 따라 군사작전이나 암살 등의 방법으로 전복시킨다. 이란의 무하마드 모사데크 정부나 칠레의 아옌데 대통령 등이 미국의 이러한 외교정책에 희생당한 지도자들이다.

터먼 교수는 또 미국의 기독교 복음주의를 새로운 형태의 식민침략으로 규정한다. 그는 “도덕적 정당성과 비이성적 열성으로 무장한 복음주의자들이 해외선교에 나서서는 빈곤이나 환경파괴, 전쟁, 인종차별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 현지의 토착종교와 사회질서를 공격하고 미국찬양과 호전성을 드러내기에 열중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패리스 힐튼 사건은 오늘날 미국의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 저자는 미국이 세계를 망친 100가지 사항 중 30번(선정주의 뉴스 매체)과 35번(패리스 힐튼과 유명 인사 문화)에서 이를 다루고 있다. 미국의 언론이 유명 연예인의 시시콜콜한 점을 다루면서 경박해진 것은 미국이 안고 있는 무거운 문제 때문이라고 저자는 논평한다.
이라크 전쟁, 대 테러 전쟁, FTA, 무슬림의 반미감정, 남미 국가들의 저항 등 무거운 문제들이 너무 많다 보니 일부러 그것을 회피하기 위하여 사람들의 말초적인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뉴스, 가령 ‘어떤 신부가 결혼식 직전에 실종되었다더라’, ‘패리스 힐튼이 술 먹고 운전하다가 감방에 갔다더라’ 등에 더욱 몰두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의 양심을 대표하는 진보 사학자로 꼽히는 하워드 진은 이 책의 서문에서 “미국을 깡패국가라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전 세계적으로 점차 많아지고 있다. 나는 우리가 민족주의적인 오만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정직하게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국가에 진정으로 봉사하는 길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noja@fnnews.com 노정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