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이제 막 100일이 지났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해서 찍었더니 도리어 경제를 죽이고 있다고 난리가 났다. 휘발유와 경유 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서민들의 삶이 급속하게 팍팍해지고 있는 가운데 당초 기대와는 달리 영 미덥지 못한 일들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급한 한·미 쇠고기 협상이 물꼬를 트고 유가 폭등이 불을 질렀다고 할 수 있다.
100일 만에 경제를 죽이고 살릴 수 있다면 세상에 어느 나라가 못 살겠는가. 1인당 소득이 1만달러를 넘는 60개국중 10억명은 1인당 평균소득이 3만7000달러(2006년 기준)로 여유 있는 삶을 즐기고 있다. 물론 이들 중에도 내일 끼닛거리를 걱정하는 사람도 적지는 않겠지만 큰 그림으로 봐서는 살아가는 행복을 느끼는 국민이다.
반면에 전 세계적으로 하루에 2달러(1인당 연평균 소득 650달러)도 채 안되는 소득으로 근근이 먹고 사는 인구가 50여개국 24억명을 웃돌고 있다. 전 세계 인구 65억 명 중 3분의 1 이상이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오래 전부터 가난을 물려주고 물려받고 있는 나라들이다.
예전에 잘 살았거나 그런대로 살았지만 최근 들어 못 사는 축에 끼는 나라도 찾아볼 수 있다. 아르헨티나와 이집트, 필리핀, 미얀마, 북한 등이다. 특히 아르헨티나는 100여년 전만 하더라도 세계 5∼6대 부국에 드는 잘 사는 나라였다. 하지만 군부 독재와 인기 영합성 정권이 이어지는 가운데 과도한 복지와 선심성 정책이 남발되면서 지금은 툭 하면 위기를 겪는 ‘위기의 나라’로 불리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2006년 1인당 소득은 5200달러로 전 세계 평균 7400달러에도 못 미치고 있다.
영국의 경우 매우 특이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1900년대 초반만 해도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던 영국이 1960년대 중반부터는 국제사회로부터 ‘영국병(英國病)’이라는 중병에 걸린 환자 취급을 받았다. 1987년 영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만2200달러로 선진 7개국(G7) 중 꼴찌로 추락했다. 당시 1, 2위였던 일본(2만달러)과 미국(1만9500 달러)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정확하게 20년이 지난 2007년 영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4만5600달러로 미국(4만5800달러)에 불과 200여달러 뒤지는 2위로 올라섰다. 반면 1위였던 일본은 3만4300달러로 20년 만에 G7 국가 중 꼴찌로 밀려났다.
영국이 대반전에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마거릿 대처라는 걸출한 인물이 나왔기 때문이다. 대처는 1979∼1990년까지 11년간 총리로 재직하면서 개인적인 지도력과 뚝심으로 과감한 구조조정의 칼을 휘둘렀다. 무엇보다 영국 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노동조합을 무력화시켜 나갔다. 1등 국민에서 2등 국민으로 추락한 영국인들의 상한 자존심과 위기감을 역이용함으로써 노동자인 일반 국민이 노조가 아닌 정부의 편을 들면서 노조가 손을 들게 했다. 이후 영국 경제는 극적으로 되살아나 다시 1등 국가로 올라선 것이다.
세계적인 문명 비평가이자 경제학자인 프랑스의 기 소르망이 최근 ‘경제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책을 내놓았다. 기 소르망은 책에서 “정책의 선택이 한 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면서 “나쁜 경제정책은 전염병보다 더 큰 희생을 치르면서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고 주장했다. 아르헨티나와 이집트, 북한을 나쁜 경제정책의 대표적인 예로 들고 있는 반면, 좋은 정책의 예로 일본과 한국(남한), 터키를 들고 있다.
경제가 거짓말을 않는다는 것은 곧 좋은 경제정책이 거짓말을 않는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마찬가지로 국민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국민은 정부가, 특히 새 정부가 들어서면 좋은 경제정책을 내놓기를 원한다.
좋은 정책이 나오면 찬사를 보내고 나쁜 정책이 나오면 비판과 저항의 신호를 보낼 것이다. 국민에게 인내심을 바라기 전에 보다 좋은 정책을 내놓아야 국민의 신뢰가 실릴 것이다. 신뢰가 있어야 국민들의 인내심도 생겨 국민과 정부가 서로 신뢰하는 선순환(善循環)으로 돌아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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