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타계한 만화가 고우영은 1970∼80년대 한국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아이콘 중 하나였다. 1972년 한 스포츠 신문에 ‘임꺽정’을 연재하기 시작한 이래 ‘수호지’ ‘일지매’ ‘삼국지’ 등 숱한 동양 고전을 고우영 식(式)으로 독특하게 극화해 관심을 모았다. 고우영의 연재만화는 당시 한 스포츠 신문의 발행 부수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했을 정도다.
어른용 만화를 처음 선보인 그는 암 수술을 하면서도 나중에 만화 그릴 때 써먹으려고 수술대 위에서 수술 장면을 지켜보려고 애썼다는 그의 일화는 유명하다.
뚜렷하고 살아있는 캐릭터들이 매력인 만화가 고우영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회고전이 오는 16일부터 9월 12일까지 서울 동숭동 대학로 아르코미술관(02-760-4724)에서 열린다. ‘고우영 만화:네버 엔딩 스토리’로 명명된 이번 전시에는 유족들이 보관해온 고우영 만화의 원화와 함께 미술작가인 주재환, 강경구, 윤동천 등이 고우영과 그의 만화와 시대를 소재로 만든 작품들이 전시되며 고우영의 영화 ‘가루지기’를 영화감독 김홍준이 새롭게 만든 ‘가루지기 리덕스’도 선보인다.
아르코미술관 김형미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동양의 고전과 현재의 대중문화, 풍부한 역사적 정보와 사상, 흥미진진한 픽션과 살아 있는 캐릭터를 종횡으로 넘나들며 수많은 열혈 팬을 낳은 만화가 고우영 선생과 그의 만화 세계를 통해 색다른 시각문화의 풍경을 그려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가 열리는 동안 만화가들의 낚시 동인회인 ‘심수회(心水會)’의 멤버로 활동한 이두호(머털도사), 신문수(로봇 찌빠), 이정문(심술통)과 요즘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허영만(식객), 박재동(만평) 등이 관람객들과 만나 ‘만화가들과 만화세상에 대한 숨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편 아르코미술관은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현대미술과 만화를 연계해 전문 큐레이터와 함께 현대미술을 바라보는 워크숍을 개최할 예정이다. 입장료는 2000∼3000원.
/noja@fnnews.com 노정용기자
■사진설명=고우영의 만화 ‘임꺽정’ ‘일지매’ ‘수호지’ 등에 등장하는 캐릭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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