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휴대폰 제조업체들의 해외 생산 확대로 부품 조달이 상당부분 대만과 중국업체에 넘어가고 있습니다. 특화 부품을 제외하곤 단가가 맞지 않아요. 계속 공장을 돌려야 하는지 원….”(구미 A부품업체)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가운데 부품공급을 담당하는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매출이 감소하거나 영업이익이 격감하는 등 국내 휴대폰 산업의 허리가 흔들리고 있다.
완성품 제조업체들의 단가 인하 압력에 원가 맞추기도 힘든 상황이 계속되면서 휴대폰 부품 제조업체들은 이미 상당수가 도산했거나 도산 위기로 몰리고 있어 ‘이대로 가면 휴대폰 부품산업이 붕괴될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신흥시장 공략을 위해 제조자설계생산방식(ODM)을 통한 해외생산을 확대하고 있어 ‘붕괴가 더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휴대폰 부품산업 뿌리채 흔들
지식경제부가 지난 1월 발표한 ‘국산화 실태 기술경쟁력 분석’자료에 따르면 휴대폰 부품 국산화율은 2005년 80%에서 2006년 69%, 2007년 66%로 급락했다. 이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가 판매가 하락과 저가폰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부품 조달처를 대폭 해외로 돌리고 있기 때문.
특히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납품단가 인하압력으로 하청 부품업체들은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실적이 이를 말해 준다. 인탑스, KH바텍 등 상장기업 15개사의 매출액은 지난 2007년 전년 대비 평균 23.31% 증가했지만 지난해에는 9.3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수익성은 더 심각하다. 지난 2006년 130.95%에 달했던 영업이익 증가율은 지난해 -73.70%로 추락했다. 지난 2006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부진, VK·팬택계열의 몰락으로 휴대폰산업이 충격을 받았고 지난해 완성폰 제조업체들의 실적이 대폭 개선된 점을 감안하면 부품업체들은 거꾸로 간 셈이다.
휴대폰 케이스 생산업체인 C사 관계자는 “대기업들의 재채기 한번(단가 인하 압력)에 중소기업은 감기에 걸린다”면서 “정부가 최근 휴대폰 부품산업을 육성한다지만 쌓여가는 빚더미에 공장을 언제까지 더 돌려야 할지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형편이 나은 상장사들도 마찬가지다. 코스닥 상장 부품업체 15개사들의 올 1·4분기 매출은 휴대폰수출 호황으로 전년보다 평균 38.6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78.82%로 추락했다. 1차 협력 업체들이 이런 형편이라 2, 3차 협력 업체들이 겪는 어려움은 상상 이상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설명이다.
■부품업체들,“낭떠러지로 떠 밀려 가는 기분”
현재 실제 구매가 일어나는 휴대폰 부품 협력업체들은 삼성전자 100여개, LG전자 250여개, 팬택계열은 280여개 등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 부품업체들은 “낭떠러지로 떠 밀려 가는 기분”이라며 한숨 일색이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앞으로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완성폰 제조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자인 노키아 등과 경쟁하기 위해 부품 해외 아웃소싱을 늘리고 있기 때문. 글로벌 시장에서 타 업체의 추격을 불허하며 쾌속질주하고 있는 노키아는 본국인 핀란드 내 부품조달비중이 6% 선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만큼 중국 등 아시아, 동구, 중남미 등 현지 부품조달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노키아와 경쟁하려면 부품조달 비용을 낮춰야 하고 그러려면 해외아웃소싱을 늘리는게 필수”라며 “그러나 국내에선 중소기업들을 지원하라는 주문이 많아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해외생산을 확대하면서 대만과 중국으로부터의 부품 조달을 늘려가고 있다. 이들은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이미 저가폰용 전지, 키패드, 케이스를 비와디(BYD), 실리테크(Silitech), 디지피(DGP) 등 대만·중국 기업으로부터 조달받고 있고 회로기판(PCB)도 중국산 제품의 비중을 늘려나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조성은 연구원은 “가격대와 관계없이 휴대폰에는 대부분 범용성 부품이 사용되기 때문에 향후 고가폰 판매가 늘더라도 부품 업체들의 실적은 개선되기 힘들 것”이라며 “특히 터치스크린폰 모듈 관련 업체들까지도 향후 단가 인하 압력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kmh@fnnews.com 김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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