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덕수궁미술관서 라틴 아메리카 거장展



벽화운동에서 초현실주의까지 라틴아메리카 미술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오는 11월9일까지 서울 정동 덕수궁미술관(02-2022-0623)에서 ‘20세기 라틴아메리카 거장展’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회는 유럽 작가 중심으로 전시되는 미술계의 현실에서 탈피해 그동안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라틴아메리카 16개국의 대표적 거장들의 독특하고 이채로운 걸작들을 선보이는 전시회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전시 작품들은 1920년대부터 진행된 멕시코 벽화운동의 3대 거장 디에고 리베라, 호세 클레멘테 오로스코, 다비드 알파로 시케이로스의 작품을 비롯해 리베로의 아내인 화가 프리다 칼로, 콜롬비아 출신의 ‘뚱뚱이 인물’ 작가 페르난도 보테로 등 라틴아메리카의 대표작가 84명의 작품 120여점이다. 한국에 주재하는 중남미 대사들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작품 선정 권한을 넘겨받아 각국의 정부 산하 재단 및 미술관과 접촉해 들여오게 됐다. 라틴아메리카의 현대미술이 이처럼 대규모로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전시는 ‘세계의 변혁을 꿈꾸다’ ‘우리는 누구인가’ ‘나를 찾아서’ ‘형상의 재현에 반대하다’ 등 4개의 주제로 구성된다. 먼저 ‘세계의 변혁을 꿈꾸다’에서는 1920년대 멕시코에서 시작된 벽화운동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멕시코의 3대 거장과 에콰도르의 오스왈도 과야사민, 에두아르도 킹맨 등의 작품으로 꾸며지며 라틴아메리카 민중의 삶과 생활을 경험할 수 있다.

또 ‘우리는 누구인가’에서는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와 정체성을 드러내는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다. 멕시코의 루피노 타마요, 베네수엘라의 후안 비센테 파비아니, 페데리코 브란트, 브라질의 에밀리아노 디 카발칸티 등은 미술작품을 통해 라틴아메리카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때로는 전통의 육중함으로, 때로는 모던의 화사함으로 나타나는데 무엇보다 풍부한 색상과 원초적인 조형미를 엿볼 수 있게 한다.

‘나를 찾아서’는 유럽과는 다른 라틴아메리카의 초현실주의를 선보이는 섹션으로 자신과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통찰한 후 그것을 전통적인 상징체계에서 연원한 모티브를 활용하여 작업한 프리다 칼로, 마리아 이스키에르 등의 작품이 전시된다. 라틴아메리카에 초현실주의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작가는 칠레의 로베르토 마타 에차우렌, 쿠바의 위프레도 람, 아르헨티나의 로베르토 아이젠베르크 등이 있다.

또 ‘현상의 재현에 반대하다’에서는 구성주의와 옵아트의 대표 작가들인 베네수엘라의 알레한드로 오테로, 아르헨티나의 루시오 폰타나, 우루과이의 호아킨 토르레스-가르시아의 작품이 선보인다. 1940년대 중반 이후 경제발전에 대한 기대감과 산업화를 배경으로 확산한 기하 추상과 환경미술의 일환으로 퍼진 옵아트 작품들이다.


학예연구사 기혜경씨는 “이번 전시는 지난 세기 라틴아메리카 역사가 안고 있는 갈등과 화해, 혁명의 열기와 그 안에서 피어난 그들만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보기드문 전시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한편 교육프로그램으로 즐거운 미술교실, 토요미술체험활동, 해질 무렵의 미술관활동, 희망을 그리는 미술관(이상 초등학생), 소곤소곤 미술관 이야기, 도란도란 미술관 이야기(이상 유치원생), 일반인 미술 교양강좌(성인)도 운영된다.

이와 함께 미술관과 예술영화 전문사이트 씨네아트의 공동 기획으로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남미의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라틴 아메리카로 떠나는 영화 배낭여행’도 진행된다. 입장료는 6000∼1만원.

/noja@fnnews.com 노정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