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전쟁(쑹훙빙 지음/랜덤하우스)
에이브러햄 링컨과 존 F. 케네디의 암살,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 1990년대 초 소련과 동유럽의 해체, 1980년대 말에 시작된 일본의 금융위기, 1980년대의 중남미 채무 위기, 그리고 1997년 아시아의 금융위기…. 전혀 공통점이 없을 것 같은 사건들이지만, 하나하나의 사건과 조각들을 이어 퍼즐을 맞추면 하나의 큰 틀이 나타난다. 바로 화폐발행권을 둘러싼 각축이 서양의 중대한 역사적 사건들의 배경과 단서가 되었다고 미국에 거주하는 금융전문가 쑹훙빙은 지적한다.
그는 세계 경제의 역사와 세계 금융 시장의 미래를 다룬 저서 ‘화폐전쟁’(랜덤하우스)에서 “21세기를 지배할 결정권은 ‘핵무기’가 아닌 ‘화폐’다. 따라서 화폐를 통제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고 주장한다.
쑹훙빙은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를 보며 배후에 ‘보이지 않는 손’이 조종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 할만한 증거가 없었다. 방대한 정부 문헌과 법률 문서, 개인 서신과 전기, 신문잡지에 실린 글에서 서양의 굵직한 금융사건을 찾아내기 시작, 10년만에 ‘화폐발행권’을 둘러싼 음모라는 거대한 퍼즐을 맞추는데 성공했다.
그에 따르면 세계적인 사건과 금융위기의 배후에 작용한 ‘보이지 않는 손’은 세계 최초의 국제금융재벌인 로스차일드 가문이다. 이 가문은 세계 최고의 갑부로 알려진 빌 게이츠의 500억달러의 1000배에 달하는 50조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로스차일드 가문은 워털루 전쟁 이후의 세계에서 일어난 중대 사건의 배후에 늘 있으면서 세계 재산의 흐름과 분배를 통제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들의 최종적 전략 목표는 세계경제를 통제하면서 해체해 런던과 월가가 축이 되어 통제하는 세계정부와 세계화폐와 세계세금 체계를 완성하기 위한 기초를 확실하게 다지는 것이다. 미국의 대통령 링컨, 제임스 가필드, 존 케네디는 화폐발행권을 둘러싼 논란 때문에 국제금융재벌이 보낸 정신이상자에 의해 피살당했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미국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은 개인이 소유한 민간은행으로, 미국은 화폐발행 권한이 아예 없다는 점이다. 연방준비은행이란 말만 그럴듯하지 ‘연방’도 없고, ‘준비금’도 없으며, ‘은행’이라고 할 수도 없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연히 미국 정부가 달러를 발행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 정부에는 화폐발행 권한이 아예 없다. 1963년에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된 후로 미국 정부는 그나마 남아 있던 ‘은 달러’의 발행 권한마저 빼앗겨버렸다. 미국 정부는 달러가 필요할 경우 국민이 납부할 미래의 세수를 민영은행인 연방준비은행에 담보로 잡히고 ‘연방준비은행권’을 발행하게 한다. 이것이 곧 ‘달러’다.
국제금융재벌이 한 나라 또는 한 지역을 금융위기로 몰아가는 방식은 간단하다. 우선 통화팽창을 일으키고 이어서 통화긴축 상황을 만들어 재산을 빼앗아 간다. 저자는 이를 가리켜 ‘양털 깎기’라고 표현한다. 지금 통화팽창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중국의 경우 양털 깎기의 시점이 아니냐는 우려를 보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한국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국제금융재벌의 무차별 공격을 받았지만 유일하게 그들의 공격에도 살아남았다.
강한 민족정신, 금모으기 운동, 정부의 주도적 역할 때문에 국제금융재벌의 공격이 먹혀들지 않았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 책의 기본바탕을 이루는 음모론이 사실이든, 아니면 허구인든 간에 우리는 하나의 교훈을 배워야 한다.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환경변화와 경쟁상대의 전략을 상황별로 예측하고 그에 따른 대응책을 사전에 마련하는 시나리오경영을 해야 하는 것이다.
/noja@fnnews.com 노정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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