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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투어] 하이원CC,개미허리 같은 페어웨이,아차하면..


【정선=이지연기자】 ‘우리 집의 서방님은 잘났든지 못났든지 얽어매고 찍어매고 장치다리 곰배팔이 노가지 나무 지게 위에 엽전 석 냥 걸머지고 강릉 삼척에 소금 사러 가셨는데 백봉령 구비구비 부디 잘 다녀오세요.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났네∼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주게∼’

100여 가지가 넘는 아리랑 중에서도 밀양, 진도 아리랑과 함께 한국의 3대 아리랑으로 손꼽히는 ‘정선 아리랑’의 한 대목이다. 첩첩산중인 정선 고개를 넘어 강릉과 삼척에 다녀와야 하는 남편을 그리워하는 아낙의 애절함을 드러내고 있는 이 가사에서 느껴지듯 조선 초기인 15세기부터 강원도를 중심으로 전승돼온 정선 아리랑은 삶의 희노애락이 고스란히 담겨져있는 대표적인 민요로 평가받아왔다.

정선 아리랑의 고장 정선군은 태백 산지의 심장부에 자리해 강원도에서도 외딴 오지로 꼽히는 곳이다. 높은 산간에 위치한 데다 경작지는 10%에 불과하고 늦가을부터 서리가 내리기 시작해 늦은 봄까지 이어지는 자연 환경 때문에 정선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밭농사로 근근이 생계를 꾸리면서 가난을 대물림하고 살아왔다.

외부와의 교류를 거의 단절한 채 살아온 정선 사람들의 삶에 변화가 생긴 건 1960년대. 광산 개발로 인해 외지에서 인구가 유입되면서 정선은 한 때 인구 13만명의 시(市)다운 위용을 뽐냈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부터 석탄산업이 사양 길을 걸으면서 정선은 다시 외지인들이 떠나 적막마저 감도는 버려진 폐광촌이 되고 말았다.


◆버려진 폐광 지역에 활짝 핀 코스

2000년 8월 버려졌던 폐광촌이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1995년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공포되면서 정선군 일대에 대단위 리조트와 내국인을 위한 카지노 사업장을 주축으로 한 테마파크(옛 강원랜드) 공사가 첫삽을 떴기 때문이다. 2003년 4월 테마파크와 호텔, 카지노가 개장한데 이어 2005년 골프장, 2006년 스키장이 차례로 개장하면서 정선은 다시 외지인들로 북적이는 도시로 거듭났다.

2005년 7월 강원랜드 골프장으로 첫 출발을 알린 뒤 2006년 7월 사명이 하이원으로 바뀌면서 이름이 바뀐 ‘하이원CC(파 72·7199야드)’는 국내에서 가장 높은 해발 1100m 지대에 자리잡은 고원 코스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그린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조망을 배경삼아 기압이 낮은 고원 지대에서만 맛볼 수 있는 호쾌한 드라이버 장타를 뽐내볼 수 있다.

크라운CC, 일동레이크GC, 버드우드CC 등을 디자인한 국내의 대표적인 코스 설계가인 김학영씨는 버려진 폐광 위에 중금속 폐수 유출을 방지시키는 작업과 함께 폐석 더미를 녹화시키고 야생화와 수종을 식재하는 작업으로 그림같은 친환경적인 코스를 그려냈다. 한 때 골프장이 폐광 지역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기 전까진 그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다.

18홀 규모인 하이원CC는 리조트 코스답게 대중 골프장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코스 수준은 웬만한 토너먼트 코스가 부럽지 않을만큼 훌륭하다. 벤트 그라스를 식재해 기나긴 정선의 겨울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푸르름을 자랑하는 페어웨이, 18홀 곳곳에 널려 있는 64개의 벙커와 10개의 해저드 그리고 빠른 그린까지 시작부터 끝까지 골퍼들의 도전욕을 자극한다.

정선을 대표하는 산의 이름을 본따 함백산과 백운산이라고 명명된 코스에는 김학영씨 특유의 개성 넘치는 코스 레이아웃이 빛을 발한다.

코스간의 고저차가 높은 함백산 코스는 시원한 장타를 욕심내볼만한 코스지만 코스 곳곳에 위치한 아웃오브바운스(OB)구역과 개미허리같은 페어웨이가 티잉 그라운드에 선 골퍼들에게 전략적인 플레이를 요구하는 까다로운 코스다.

백운산 코스는 곳곳에 널려 있는 해저드와 벙커가 장애 요소로 작용해 함백산 코스보다도 더 난이도를 자랑하는 코스다.

시그네처 홀은 가장 긴 전장을 자랑하는 11번홀(608야드). 정면으로 함백산을 훤히 조망할 수 있는 이 홀은 경치는 아름답지만 티샷이 떨어지는 IP(Intermediate Point) 지점 좌·우측으로 해저드가 자리잡고 있는 데다 두번째 샷 역시 해저드를 피해 샷을 해야 하는 방심할 수 없는 홀로 손꼽힌다.

하이원은 오는 28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하이원컵채리티여자오픈대회’를 앞두고 최근 코스 단장을 마쳤다. 몇몇 코스의 티잉 그라운드와 페어웨이를 조정하는 한편, 벙커를 추가하고 해저드 크기를 조절해 티샷의 공략은 좀더 수월하지만 정교한 샷으로 그린을 공략해야 하는 코스로 변모시켰다.

이밖에 거리가 멀어 불편함이 지적됐던 함백산 코스의 진입로를 개선해 골퍼들의 동선을 배려하는 한편, 백운산 코스 진입로에는 아기자기한 조각을 곳곳에 배치하고 코스 내의 해저드 위에 화려한 조각을 띄우는 등 코스 안팎에 전체적으로 화사하고 아늑한 정원 분위기를 입혀 손님맞이 서비스를 업그레이드시켰다.

하이원CC는 2주 전 인터넷을 통해 예약할 수 있으며 그린피는 최대 성수기인 8월 19일까지는 주중·주말 모두 25만원을 내야 하지만 그 외에는 주중 12만원, 주말 15만원을 받는 등 탄력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성수기를 제외한 기간에 36홀 라운드와 1박, 카트료, 석식 등이 포함된 1박 2일짜리 패키지(1인당 26만원)를 이용하면 더 실속있게 라운드를 즐길 수 있으며 한 여름에는 야간 라운드의 묘미도 즐길 수 있어 더위를 쿨하게 날려버리기에 그만이다.

/easygolf@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