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부시(매복) 마케팅이 활개를 치면서 공식 후원사와 비후원사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현재 국내 기업 가운데 베이징 올림픽 글로벌 공식후원사는 삼성 한 곳뿐이며 국내 파트너사는 삼성, SK텔레콤, 현대차, 수협은행, 네이버, 한국맥도날드 등이다.
이 밖에 후원사급에는 훼르자, 세방여행, 솔표, 진생사이언스, 그린화재가 있으며 공급사로는 농협 등 4곳이다. 그러나 비공식 후원사들이 올림픽 마케팅에 ‘무임승차’하면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비공식 후원사들의 수법도 교묘해지면서 대표적인 5가지 유형의 편법이 나타나고 있다.
■‘올림픽특수’ 편법 마케팅 활개
올림픽과 월드컵이 해외시장과 국내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최대의 마케팅 컨셉트로 각광받으면서 매복 마케팅도 덩달아 확산되고 있다. 산업생산 능력과 제품의 품질 차이는 선발과 후발업체 간 간격이 좁아 들면서 기업이미지와 제품 브랜드 확산이 시장 선점의 절대 승부처가 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올림픽 공식스폰서가 되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공식스폰서를 따기 위해 거액을 후원금으로 내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번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전세계 12개의 공식 파트너들로부터 각각 최대 1억달러(약 1018억원)의 금액을 후원받고 올림픽 등 각종 이벤트에 관한 홍보, 마케팅 권리를 부여한 바 있다.
특히 이번 베이징 올림픽의 경우 매복 마케팅은 극에 달하고 있다. 중국이 세계의 거대한 공장이자 소비시장으로 부상한 탓에 이번 올림픽 마케팅을 통해 전세계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이에 따라 공식 후원사에서 떨어진 기업들도 해외 혹은 자국 내에서 매복 마케팅을 적극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공식 스폰서 기업 입장에선 이 같은 매복 마케팅을 벌이는 기업들이 모두 ‘얌체기업’으로 간주된다. 특정 권리에 대해 정당한 금액을 지불한 스폰서 기업으로선 매복 마케팅을 벌이는 기업들의 행위가 자사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편법 마케팅 5가지 유형
대한올림픽위원회가 최근까지 베이징 올림픽 관련 매복 마케팅 방법으로 적발한 유형은 모두 5가지 정도다. 먼저 올림픽 중계방송권이 있는 SBS나 MBC에 협찬해 경기 중계 중 브랜드를 노출시키는 방법이다.
두 번째로는 올림픽 경기 내용에 따라 경품을 증정하는 등 이벤트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최근 ‘금메달 따면 경품 드려요’ 식의 이벤트가 부쩍 눈에 띄는 것이 한 예다. 금융이나 유통 관련업종에서 이 같은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금융기관이 올림픽 관련 주제를 내걸고 금리 조건을 우대해 주는 방식도 편법에 해당한다.
인터넷의 게임 사이트에서 올림픽 이모티콘을 판매하는 것도 지적됐다. 어떤 단체든 올림픽을 상징하는 모든 도안을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려면 대한올림픽 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후원사가 아닌 여행사들이 올림픽 기념 베이징 여행 기획상품을 출시하는 것도 매복 마케팅의 일종이다.
이 외에도 대기업의 경우 중국 현지 법인을 이용, 관련 지역에서 마케팅을 하는 방법도 발견됐다. 올해 올림픽 후원사로 선정되지 못한 LG가 주요한 사례. LG는 중국 현지 법인이 현지에서 독자적으로 올림픽 마케팅을 하고 있다.
대한올림픽위원회 관계자는 “해외법인이 이 같은 마케팅을 진행하면 우리 입장에서는 지리적 영역 밖이라 제재할 방도가 없다”고 지적했다.
■올림픽 마케팅 형평성 논란
올림픽 개막 전까지 100건의 적발사례가 나왔지만 올림픽 분위기가 무르익을수록 매복 마케팅은 더욱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이에 대해 대한올림픽위원회 스포츠사업단 관계자는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올림픽 기간만 되면 앰부시 마케팅을 하는 기업들이 넘쳐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매복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기업들은 올림픽위원회의 마케팅 관련 규정이 너무 까다롭다고 지적했다.
KTF 홍보팀 정혜선 과장은 “올해 SKT가 올림픽 후원사로 선정되면서 공식적으로 홍보에 올림픽을 이용할 방도가 없었다”면서 “이로 인해 어떠한 광고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법적인 문제가 있다면 시정을 하겠지만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의 광고는 용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매복 마케팅을 놓고 국내 기업들과 마케팅 담당자들은 찬반 양론으로 갈리고 있다.
매복 마케팅 반대론자들은 정당한 공식후원사 자격 절차를 거쳐 거액의 후원금을 낸 기업에게 당연히 행사 관련 독점적인 마케팅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업활동 자금을 쏟아 부었는데 비공식후원사들이 끼어들면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받는다’는 속담과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찬성론자들은 올림픽 공식후원사 선정 자체가 거대자본의 논리이기 때문에 공정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기업만이 사실상 후원자격을 얻을 수 있어 마케팅 능력이 취약한 기업들에게도 공정한 기회를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 스포츠단체가 공식 스폰서기업에 주는 권리는 제한적일 뿐이며 절대 독점권한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해석도 있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김명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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