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모임에 산다 동·호·동·락] 골프동호회 ‘외교클럽’


“외로움이 고개를 들면 떠나온 조국의 하늘은 언제나 푸르렀는데… 매일 부치지 못할 편지를 쓰며 홀로 걸어온 세월, 이제 이 곳에서 펼칠 수 있기를…”

떠나온 조국을 그리는 마음이 절절히 묻어나는 이 글귀는 골프 포털 사이트인 골프스카이 내에 개설된 ‘외교클럽’에 올라온 동호회 소개글이다. 이름만 들으면 외교와 연관이 있어 보이지만 실상 외교클럽은 해외 거주 한인들이 만든 골프 동호회다. 2001년 8월 재미 교포와 유학생 10여명이 주축이 돼 첫 모임을 가진 외교클럽은 골프를 취미 활동으로 공유하면서 고국에 대한 향수를 달래려는 해외 거주 한인들이 하나 둘 모이며 발전했다.

현재 회원은 222명. 대부분은 교포와 유학생, 주재원을 비롯해 외국에서 살다가 귀국한 사람들이며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브라질 동포’ 안젤라 박(20·한국명 박혜인)도 명예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처음 만들어졌을 당시에는 미주 한인들이 많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아시아, 유럽, 남아메리카에 이르기까지 대륙과 국경을 넘어 회원들이 늘어나면서 월드 와이드한 동호회가 됐다.

이런 태생적 배경으로 인해 외교클럽은 일반 동호회와는 성격이 사뭇 다르다.

전 세계 각지에 회원들이 흩어져 있다보니 오프라인 정모를 갖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 대신 온라인 활동을 통해 근황을 전하고 친목을 나눈다. 전 세계 각지에서 회원들이 접속을 하다보니 동호회 온라인 사이트에는 하루 24시간 회원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고 게시물이 쉴새없이 올라오면서 ‘해가 지지 않는 동호회’라는 닉네임도 얻었다. 고국에 대한 진한 향수때문일까. 온라인 상에서 주로 활동하면서도 회원들의 결속력은 여느 동호회와 비교가 되지 않을만큼 끈끈한 것도 특징이다.

외교클럽 창단 멤버로 한국 지부 총무를 맡고 있는 길제성 씨는 “타향살이의 외로운 마음을 나누고 즐겁게 살자는 취지에서 만든 모임이기 때문인지 한번도 얼굴을 못 본 회원들도 많지만 모두 가족같은 분위기다”라며 “지역별로 소모임을 가지고 있고 지난 2005년 동호회가 생긴 이래 처음으로 미국에서 오프라인 정모를 열었을 때는 전세계에서 50여명이 회원이 가족을 이끌고 모임에 참가했을 정도로 호응이 뜨거웠다”고 말한다.

몇년전부터는 ‘사이버리그’로 불리는 그들만의 리그를 운영하면서 골프 실력도 키워가고 있다. 사이버리그는 상대 선수를 지명한 뒤 각자 편한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하고 자신의 스코어와 해당 골프장의 코스레이팅(스크래치 골퍼를 기준으로 한 코스 난이도로 72가 표준), 슬로프레이팅(보기 수준의 골퍼를 기준으로 한 코스 난이도로 113이 기준)을 대입해 게임을 펼치는 시스템. 사이버리그의 성공적인 운영으로 외교클럽은 골프 스카이 내 대표적인 골프 동호회로 주목받기도 했다.


외교클럽 회원들은 내년에 한국에서 세번째 정기 모임을 가질 예정. 회원들은 벌써부터 고국 방문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함께 골프를 즐기고 일상사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까지 나누는 훈훈한 사랑방에서 타향살이의 외로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easygolf@fnnews.com 이지연기자

■사진설명=지난해 미국에서 두번째로 열린 오프라인 정기 모임. 이 자리에는 외교클럽 명예회원이며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브라질 동포' 안젤라 박(20·한국명 박혜인)도 자리를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