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불거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신용위기는 1년이 넘도록 미국은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하지만 헤지펀드 시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파생상품이 금융시장 주변부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며 헤지펀드들도 다양하고 새로운 전략에 눈을 돌리고 있다.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을 추구하던 전략에서 전통적인 투자를 고수하며 안정적인 투자를 고수하고 있다. 특히 새로운 헤지펀드 전략은 환경 친화적인 전략에 초점을 맞추는 ‘그린 파이낸스’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린 파이낸스에서의 헤지펀드 실적도 가시화되고 있다. 서브프라임 위기 이후 경쟁상품에 비해 빠른 회복속도와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뉴스가 27∼2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진행하고 있는 ‘제6회 국제파생상품컨퍼런스’에 참석한 세계적 파생상품 석학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헤지펀드에 미친 영향 그리고 극복 방안으로 제시된 그린 파이낸스 발전 과정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경고등 없었다.”
“2007년 여름 서브프라임 모기지 신용위기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미국의 주택 압류가 급증했다. 하지만 헤지펀드 뉴스레터 등 금융관련 책자에는 자산 유동화 문제가 얼마나 클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릭 그로브 러터 어소시에이트 대표는 “지금 보면 부동산 버블이 꺼질 것이라는 것이 자명했는데 당시에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며 “투자자 상당수가 리스크를 파악하지 못한 채 트리플 A 등급을 받았다는 것만 믿고 수천억달러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결과는 대규모의 손실이었다. 트리플 A 등급 뒤에 얽혀 있는 리스크를 파악하지 못했던 것.
릭 그로브 대표는 “자산담보부증권(CDO)의 구조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며 “그 어떤 보고서도 서브프라임 위험을 말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초창기에는 대부분의 리스크를 대차대조표에 반영하지도 않았다.
레버리지와 거래상대자의 리스크가 전이될 수 있다는 점이 금융위기를 악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베어스턴스의 경우 규모가 문제가 아니라 연결점이 너무 많았던 것이 문제였다.
릭 그로브 대표는 “베어스턴스의 유동성 위기가 다른 금융기관으로 끝없이 전이될 수 있기 때문에 미국 당국도 서둘러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헤지펀드, 역동적 전략 구사
헤지펀드는 지난해 8월 서브프라임 사태로 두 번에 걸친 조정을 받았지만 역동적인 전략을 구사하며 여전히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토머스 스니와이스 매사추세츠대 교수는 “경제상황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전략과 자산은 수익을 올릴 수도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며 “주목할 점은 헤지펀드가 유연성 있는 접근 방식으로 수익률을 높이고 있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전까지 헤지펀드는 안정적인 수익을 거뒀다. 하지만 이후 모든 헤지펀드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올해 1·4분기 미국과 이머징마켓의 주식시장이 급락하며 헤지펀드는 두 번째 시련을 맞았다. 헤지펀드 역시 절대적인 수익률을 제공하지 못한 것이다.
스니와이스 교수는 “헤지펀드가 위험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전통상품과 비슷한 투자전략을 사용하고 있다”며 “여기에 역동적인 전략을 구사하는 헤지펀드의 경우 여전히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린 파이낸스’로 눈돌리는 헤지펀드
위기를 겪고 나면서 시장의 눈은 사회책임투자(SRI)의 일환인 그린 파이낸스로 향하고 있다. 그린 파이낸스는 태양열 발전, 바이오에너지, 대체연료 등에 투자한다. 환경친화적인 ‘착한’ 투자의 경우 기존 편견과 달리 수익성도 나쁘지 않다는 것.
스니와이스 교수는 그린 파이낸스를 향후 헤지펀드의 대안 투자처로 지목했다. 그는 “그린 파이낸스에 주목한 헤지펀드의 경우 서브프라임 위기 이후 다른 상품보다 수익률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속가능한 경영을 추구하는 회사나 대안 에너지에 투자한 경우 금융 위기 이후 수익률도 현저히 빠르게 회복됐다”고 말했다. 실제 SRI관련 지수인 도미니400지수를 지난 10년간 살펴볼 경우 S&P500보다 오히려 수익률이 높다.
그린 파이낸스 시장이 변하고 있다. 이전에는 공적자금 위주의 기부적 성격이었다면 이제는 각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기업의 친환경 산업 선호 등을 등에 업고 앞으로 성장성이 충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스니와이스 교수는 “그린 테크놀러지의 경우 충분한 자본이 있을 경우에만 성장할 수 있다”며 “이제 공공기관뿐 아니라 헤지펀드 등에서도 많은 자금이 투자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따라서 이런 새로운 현실을 이해한다면 그린 파이낸스의 환경친화적 전략이 투자자들이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벤 브랜치 메사추세스대 교수는 “미국의 경우 SRI나 관련 분야에 투자하는 SRI뮤추얼 펀드 규모가 지난해에는 2조7000억원까지 늘어났다”며 “환경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점차 펀드 시장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ch21@fnnews.com 이창환 안상미기자
■사진설명금융감독당국은 파생상품 활성화를 위해 보험사·펀드 등 감독규제를 완화할 방침이다. '제6회 서울국제파생상품컨퍼런스'에 참석한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이런 내용이 담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박범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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