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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서커스’ 아시아를 홀리다



【마카오=정순민기자】‘블루오션 전략’의 성공사례로 주목받아온 캐나다 태양의서커스(Cirque du Soleil)가 아시아로 뱃머리를 돌렸다. 태양의서커스 최고경영자(CEO) 다니엘 라마레의 말대로 ‘아직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덜 개화(開花)한’ 아시아 지역은 그들에겐 또다른 블루오션이 되는 셈이다.

첫 공략지는 ‘도박의 도시’라는 오명을 벗어던지고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마카오. 지난달 28일 개관 1주년을 맞은 베네치안 마카오 리조트에는 태양의서커스가 내놓은 신작 ‘자이아(Zaia)’를 보기 위해 몰려든 아시아 지역 기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자이아’는 태양의서커스가 북미 이외의 지역에서 처음 선보이는 상설공연으로 ‘아시아 시장 공략’이라는 그들의 야심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태양의서커스는 서울을 비롯해 도쿄, 싱가포르, 홍콩, 타이페이, 상하이 등 아시아 13개 도시에서 순회공연을 가진 바 있지만 전용극장을 짓고 상설공연을 펼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1500억원이라는 거대 제작비를 투입해 2년여에 걸쳐 완성한 ‘자이아’는 국경·인종·성별·나이 등을 초월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글로벌 스탠더드’ 공연이다. 국내 관객들에게도 익숙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연출자 질 마으가 제작을 총지휘한 이번 작품은 열네살 소녀 자이아의 꿈이 주요 내용으로 삭막한 도시를 떠나 우주를 자유롭게 유영(遊泳)하던 소녀가 여행길에서 만난 놀랍고도 괴이한 캐릭터들을 통해 지구와 인류의 아름다움에 눈뜨게 된다는, 특별하지는 않지만 보편적 감성에 호소할 수 있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그러나 서커스에 뮤지컬, 무용, 아크로바트 등의 요소를 가미한 태양의서커스 공연에서 스토리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지난해 국내에서 공연됐던 ‘퀴담’에 비하면 스토리 라인이 다소 불분명한 것이 흠이 될 수도 있지만 이번 작품의 관람 포인트는 여기에 있지 않다. 태양의서커스가 제공하는 최고의 볼거리는 역시 거대한 무대와 아찔한 서커스가 만들어내는 ‘놀라운 스펙터클’에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에서 굳이 아시아적 색채를 찾아보려는 노력도 어쩌면 헛수고가 될지도 모른다. 중국 서커스에서 볼 수 있는 장대 묘기나 북한 서커스에서 영감을 얻은 공중 곡예, 폴리네시아 전통공연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온 불춤 등이 선보이지만 이런 것들에 큰 의미를 부여할 이유는 없다. 태양의서커스 공연은 어차피 전세계 그 어떤 관객이 보더라도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보편타당한 가치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태양의서커스의 첫 아시아 상설공연이자 17번째 작품인 ‘자이아’를 보기 위해선 반드시 마카오로 가야한다. 베네치안 마카오 리조트에서 첫 공연을 시작한 ‘자이아’는 타지역에서는 공연되지 않으며 앞으로 15년간 마카오에서만 공연된 뒤 폐기처분된다. ‘O’(라스베이거스 벨라지오 호텔), ‘카’(MGM 그랜드 호텔), ‘라 누바’(올랜도 월트디즈니 리조트) 등 태양의서커스가 선보이고 있는 다른 상설공연작들도 반드시 해당 공연장에서만 관람이 가능하다.

태양의서커스는 대신 전세계 도시를 돌며 공연을 펼치는 순회공연작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을 찾았던 ‘퀴담’을 비롯해 ‘드랄리온’ ‘코르테오’ ‘바레카이’ 등이 여기에 해당하는 작품들이다.
오는 10월 15일부터는 태양의서커스가 지난 1994년 창립 10주년을 맞아 내놓은 ‘알레그리아(Alegria)’가 내한공연을 갖는다. 현재 남미 지역에서 투어 중인 ‘알레그리아’는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인근에 마련된 빅톱시어터에서 국내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jsm64@fnnews.com

■사진설명=태양의서커스의 첫 아시아 지역 상설공연인 '자이아'가 지난달 28일 베네치안 마카오 리조트에서 공연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