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새벽 처리될 듯했던 추가경정예산안이 결국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새벽 4시 의원총회를 열어 다음주중 예결특위 전체회의부터 다시 열어 추경안을 통과시키기로 했다. 이로써 추경안은 추석 연휴를 넘겨 처음부터 처리 절차를 다시 거치는 파란을 겪게 됐다. 이번 처리 실패로 이명박 대통령의 ‘민생 살리기’ 구호도 상처를 입었고 무엇보다 민생경제의 고통도 그 끝을 모르게 됐다.
추경안 처리 불발을 보는 국민의 심정은 참담하다. 한나라당과 제1야당은 쌍방에 그 책임을 전가하며 비방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책임은 한나라당에 있다. 한나라당은 180석에 이르는 거대 여당이지만 이번 회의에서 정족수도 제대로 채우지 못해 자유선진당의 힘을 빌려야 하는 등 당내 지도력 부재를 속속들이 드러냈다. 추경안이 민생 반전을 노리는 이명박 대통령의 ‘카드’일 만큼 중요한 사안인데도 예결특위 전체회의에서 한나라당 의원 1명이 불참해 정족수를 채우지도 못한 채 추경안이 의결될 정도로 당 기강이 해이된 모습도 보였다. 민주당은 “국회법을 어긴 불법 처리” “원천 무효”라고 비난했고 결국 추경안은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아무리 시급하다고 해도 법 절차를 지키는 것은 입법기관의 책무다. 아무리 야당이 발목을 잡는다고 해도 여당 지도부라면 대통령과 말로써 대립각을 세우려하기보다는 최소한 정족수를 채울 정도의 자기당 의원들을 모아 추경안을 처리하는 지도력, 정치력을 발휘했어야 한다. 한나라당 의원이라면 추석 전후 지역구에 얼굴 내밀기식의 지역구 챙기기에 나서기보다는 예결위 자리 정도는 지킬 줄 아는 염치는 있어야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민생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지역구 챙기기에 급급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사퇴의 뜻을 밝혔다. 따라서 지도부 책임론과 기강 확립 등을 놓고 내홍이 예상된다.
그러나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한나라당만의 일이 아닌, 국민을 위한 정치의 부재요 정국 혼란이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일방 처리가 예상되는 국회 운영에 협조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한다”고 밝혀 정국 경색은 불을 보듯 뻔하다. 재상정될 추경안의 처리, 경제난국 대처도 쉽지 않아 보여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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