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백화점 사장이 보험영업맨으로 변신해 또 한 번의 성공스토리를 쓰고 있다.
삼성생명에서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단체 보험영업을 하고 있는 김상광GFC(명동법인지점 부장)는 은행지점장, 백화점 사장, 어패럴 제조업체 사장 등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다. 풍부한 현장 경험을 중소기업에 전수하면서 더불어 보험영업으로 꽤 많은 보수까지 얻고 있다.
일자리가 없어 취직하기 어렵다지만 인식을 바꾸면 일자리는 널려 있다는 게 60세의 노 선배가 후배 젊은이들에게 던지는 충고다. 김 부장은 지난 74년 서울은행 행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디딘 뒤 2000년까지 무려 26년 동안 은행에서 근무하면서 기업들의 부동산 업무용, 비업무용 판정과 관련해 편법이 통하지 않는 원칙론을 내세우는 바람에 항의를 받기도 했으며 L주택의 부도 처리 과정에서는 인분세례를 받기도 했다.
2000년 은행 지점장을 끝으로 은행 생활을 청산한 김 부장은 그 해 인천백화점 최고경영자(CEO)로 자리를 옮겨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뒤 경북의 J대학에서 3년간 겸임교수를 지냈다.
학교에서 좀 더 오랜 기간을 보내고 싶었던 김 부장에게 ‘S어패럴’이라는 중견 의류제조업체는 당시 매출 부진 타개책을 모색하면서 회사의 특수관계인이 학교를 찾아와 ‘삼고초려’가 아닌 ‘팔고초려’를 해온다.
김 부장은 2005년 S어패럴 사장으로 다시 산업현장으로 복귀해 8개 자회사들을 구조조정하면서 회사를 정상화시켰다.
김 부장은 이것으로 자신의 사회생활을 끝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문득 지난해 1월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삼성생명이 GFC를 모집한다는 사실을 접하고 응모했다. 뒷방 늙은이(?)로 은퇴하는 게 왠지 마뜩지 않은데다 본인의 화려한 경력을 사회에 되돌려 주고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파푸아뉴기니에 학교를 지어 주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기도 했다.
김 부장이 주로 하는 업무는 중소기업 컨설팅과 보험영업을 접목하는 것. 은행지점장, 백화점 및 의류회사 사장을 역임하면서 쌓은 지식을 바탕으로 재무·회계 컨설팅을 해주면서 더불어 덤으로 기업단체 보험영업까지 척척 해내고 있다.
“기술력은 있지만 재무·마케팅 상식이 전무한 중소기업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들에게 재무시스템을 구축해 주는 일은 매우 중요한 데 아직 종합적인 지원시스템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재무뿐 아니라 인사, 노무, 법무 등 분야별 전문가들과 팀을 이루면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 부장이 2년 동안 업무를 하면서 느낀 점이다.
김 부장은 절대 무리하게 보험영업을 하지 않는다. 컨설팅이 주이고 보험영업은 부수업무다. 노후 준비를 충분히 해놨기 때문에 돈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그의 컨설팅에 고마워하는 기업주들이 종업원들의 복지뿐 아니라 조금이나마 미안한 마음을 덜기 위해 단체보험에 가입한다.
김 부장은 지난해 약 1억5000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올해는 이 금액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부장은 보기 드물게 2남3녀를 둬 자녀가 많은 편이다. 자녀가 많은 사연이 있다. 자녀 가운데 1남2녀는 양아들 딸이다.
이들이 중학교 시절 부모가 모두 암으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고 입양을 해서 자신의 자녀와 똑같이 교육시켰다.
김 부장은 GFC 생활에 매우 만족스럽다고 한다. 자녀들로부터 용돈을 받을 나이지만 오히려 용돈을 주는 게 즐겁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남들이 모두 은퇴한 60세에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이 보람 있다고 한다. 김 부장은 마지막 목표가 있다. 파푸아뉴기니에 학교를 기증하는 것이다.
종교활동을 통해 만난 지인과 몇 년 전부터 이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그래서 본인이 쓰는 용돈을 제외하고는 꼬박꼬박 저축을 한다. 춘불경종추후회(春不耕種秋後悔·봄에 밭 갈고 씨 뿌리지 않으면 가을이 되어 후회한다)라는 좌우명을 갖고 있는 김 부장은 60의 나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봉사와 상생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toadk@fnnews.com 김주형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