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자. 일부다처 혹은 일처다부제는 가능한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인간의 욕망만을 잣대로 하자면 안될 것도 없다. 아니 어쩌면 그것이 인간의 욕망에 보다 충실한 제도인지도 모른다. 인간은 거의 모두가 아무하고나 ‘흘레붙기를’ 희망하고 있기 때문이다(오죽하면 하느님의 말씀을 기록한 성경에 ‘간음하지 말라’는 금언이 있겠는가).
그러나 문제는 있다. 인간에게는 성욕보다 더한 욕망이 있으니 그것의 이름은 소유욕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혹은 섹스의 상대방을 온전히 소유하려는 마음의 기제(機制)가 작동하는 한 일부다처제나 일처다부제에는 ‘트러블’이 생기게 마련이다. ‘나’는 여러 사람과 사랑할 수 있지만 ‘너’는 안된다는 이중심리도 사랑의 공유(共有)를 어렵게 만드는 걸림돌이다.
박현욱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극화한 ‘아내가 결혼했다’는 결혼이 과연 사랑의 결정판인지, 한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을, 혹은 그 이상의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과연 죄악인지 따져묻는다. 참 당돌하고 난감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어렵기만 한 퀴즈를 풀어가는 그들(감독과 연기자)의 자세는 가볍고 유쾌하기만 하다. 잔뜩 인상 찌푸리고 복잡다단한 문제의 핵심에 접근해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책상 밑에 숨어 키득키득거리면서도 한편으론 잽싸게 헝클어진 실타래를 풀어가는 형국이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라는 제목의 영화를 만들기도 했던 정윤수 감독은 “원작소설을 읽고 우리가 진리라고 믿었던 게 사실은 오래 받아온 교육의 편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꼭 일처다부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기보다는 ‘나와 다름’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능청을 떨었다.
평범한 30대 회사원 노덕훈(김주혁 분)은 잠깐 함께 일한 적이 있는 프리랜서 프로그래머 주인아(손예진 분)와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다. 뛰어난 미모와 활달한 성격에 두뇌회전도 빠르고 애교까지 철철 넘치는 그녀는 어디를 가나 인기 만점인 여자. 두 사람은 재회의 순간부터 불꽃튀는 화학작용을 일으켜 서로 사랑(혹은 섹스)하는 사이가 되지만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맘껏 사랑을 나누며 살고 싶다는 자유연애주의자다. 여자의 바람기 때문에 한 차례 가슴앓이를 한 덕훈은 결혼만이 그녀를 독점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에 덜컥 청혼을 한다. 그리고 오랜 구애 끝에 드디어 결혼에 골인한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연애의 무덤’인 결혼을 통해 바람기 많지만 사랑스럽기만 한 그녀의 합법적이고도 유일한 ‘골키퍼’가 됐다고 자부했는데 그게 아니다.
자신의 호적에 이름을 올린 아내가 어느 날 사랑하는 남자가 생겼다며 또 결혼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선다. 아니, 세상에나. 골키퍼가 둘인 축구를 하자며 덤벼드는 이 여자를 어찌해야 할 것인가. 이혼을 하고 그녀를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이른바 ‘비독점적 다자연애(Polyamory)’에 오른손을 번쩍 들고 그녀의 반만이라도 소유할 것인가. 영화 속 남자는 난감하기만 하다. 18세 이상 관람가. 23일 개봉.
/jsm64@fnnews.com 정순민기자
■사진설명=손예진·김주혁 주연의 '아내가 결혼했다'는 두 남자와 동시에 결혼한 한 여자에 관한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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