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들이 22일 정부의 유동성 지원과 관련해 책임을 다하고 국민과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임원 연봉 삭감과 중소기업 지원, 가계고객 보호 등을 결의했다. 은행장들은 결의문에서 임원들의 연봉 삭감과 직원들의 자발적인 임금동결 유도, 영업비용 절감 등 낭비요인 제거와 생산성 제고를 다짐했다. 이들은 또한 일시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들의 지원방안을 적극 발굴하고 중기대출 만기연장은 물론, 일반 가계 고객 보호를 위한 주택담보대출의 만기 연장과 분할 상환 유예 등의 조치를 적극 실시하기로 다짐했다.
은행장들의 결의는 기업과 가계 등 경제주체들의 고통을 덜어줄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현재 가계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포함한 높은 대출금리로 허리가 휘고 있고 많은 중소기업은 통화옵션상품인 키코 손실에다 은행권의 금리 인상, 대출만기 연장 거부 등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따라서 은행권의 결의가 제대로 신속하게 실천된다면 기업과 가계가 겪는 고통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며 그것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날 결의는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가계와 기업에서 “죽는다”는 소리가 터져 나온 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정부가 보증 확대, 한국은행 총액대출한도 확대 등을 써가며 경제 활성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은행권에 해외자산 매각을 권유할 때도 먼저 나서는 은행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자금난에 봉착한 미국계 금융회사들이 보유 중인 국내 빌딩을 내놓는 것과는 판이했다. 국민에게 손을 벌리면서도 다른 업종에 비해 월등히 많은 월급을 받아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비판이 거셌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21일 국무회의에서 정부 지원에 상응한 자구를 요구한 뒤에서야 이런 결의를 내놓음으로써 그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연봉 삭감이나 경영낭비 요인 제거 등 자구노력은 고통과 은행 구성원의 반발을 수반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것은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줄여 위기를 타개하고 경제를 반석 위에 올려놓을 원동력이 되는 만큼 고삐를 늦춰서는 안된다. 은행권은 은행장들의 결의 실천을 그간 퇴색했던 공공성을 높이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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