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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깔모자와 황금날개] <13> 보이지 않는 손 ⑧



■글: 박병로 ■그림: 문재일
세 사람은 갱 입구를 대충 둘러보았다. 폐쇄된 갱도 안쪽에 웅크리고 있는 어둠을 바라보는 것이 답답해서였다.

“됐습니다. 이쯤 하시지요.”

다큐멘터리에서 보았던 어둠 속 하이에나의 눈빛처럼 갱도의 어둠이 섬뜩했다. 죽음을 늘 생각해 왔지만 문득 그것이 세상으로부터의 격리라는 느낌이 들고 우울해졌다.

오 회장의 차에 오르면서 황인성이 물었다.

“회장님. 말씀을 듣고 보면 왜 이걸 넘기시려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유망한데 왜 그만두느냐? 다들 그렇게 생각한다오. 난 죽은 거나 다름없는 광업권을 샀고, 이익 실현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할 때 넘기는 것이오. 주식이라고 생각해 봐요. 고점에 팔겠다는 생각보다는 이게 안전하다오.”

오재삼 회장은 진심이었다.

“나와 거래하면 누구든 이익을 본다. 이게 내가 기업을 하는 철학이오.”

좋은 철학이로군요, 빙고! 황인성은 속으로 그렇게 외쳐 보았다. 정리해 보면 상승 추세가 시작 될 무렵에 주식을 내다판다는 뜻이었다. 그래야 다음 사람이 차지할 몫이 크고, 자신은 한걸음 앞서 남이 보지 못한 종목에 투자할 수 있었다.

카지노 노숙자로 전전하면서 황인성은 실패한 사람들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귀감이 될 만한 성공신화는 물론이고 세상을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보이지 않는 함정과 화려한 독버섯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엘도라도를 꿈꾸는 얘기도 그랬다. 우리나라 광산만이 아니라 몽골, 호주, 칠레, 동남아 등에서 성공한 사람도 있고 성공하기 위해 가족과 나라까지 팽개치고 쫓아갔다가 주검으로 돌아온 경우를 그는 겪은 듯이 알고 있었다. 그 이야기들 중에 사기꾼들에게 당한 얘기도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오재삼 회장의 DS지오텍도 사기성이 짙어 보였다. 의심할 여지가 없이 사업성이 확실하고 기업가로서 존경할 만하다는 사실이 특히 걸렸다. 아름다운 버섯에 독이 있다는 것은 상식이었다. 그것이 독버섯이 아니라면 카지노 초보자인 필립의 눈에 띌 때까지 무사할 리 없었다. 프로젝트의 포인트는 그것이었다. 오 회장이 진실한가. 은행 이자나 주식형 펀드보다 월등히 높은 투자수익률이나 매각 후의 기대감보다 진실성이 문제였다.

공황이나 불황기에 망해가는 기업을 인수해 휴업 처리하고 때를 기다리는 사람도 있기는 했다. 5년이건 10년이건 공황의 시간을 쪼며 기다리다가 여건이 개선됐을 때 팔아치우는 것이었다. 그 경우라면 물론 눈 밝고 약삭빠른 사람들이 오히려 인수 제안을 미심쩍어 하기 때문에 필립에게 기회가 갈 가능성도 있었다.

눈을 감은 채로 황인성은 차에 몸을 맡겼다. 대체 무엇일까. 렉서스350이라서일까. 굽이 길을 회전하는 느낌이 별다른 쏠림 없이 편안했다. 지잉. 휴대폰의 진동음이 들렸다. 필립의 전화였다. 총무팀장님. 저 아직 정선에 있습니다. 필립이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듣고 있더니 언성을 높였다. 아참. 그건 제가 알아서 한다지 않았습니까. 띠바, 나름 공부하고 있고 진도도 나가고 있다니까요. 네. 그래요! 그래봤자…. 아, 그렇습니까. 그런 줄은 몰랐습니다.
한숨을 내쉬며 필립이 휴대폰 폴더를 닫았다.

“아, 죄송! 내 뒤를 봐주는 어르신이 안 좋은 모양입니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 열심히 돈 버는 진도를 나가라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