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보기술(IT) 산업은 격변기를 예고하고 있다. 그만큼 환경이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통신 3사의 실시간 인터넷TV(IPTV)가 본격 상용화되면서 결합상품 경쟁, 통신·방송진영 간 각축전이 예상된다. 휴대폰 업계의 시장 쟁탈전도 달아오를 전망이다. 파이낸셜뉴스는 5회에 걸쳐 IT 핵심이슈를 점검한다. <편집자 주>
‘관록의 노키아냐 패기의 삼성·LG냐.’
한국업체들이 새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 목표를 야무지게 세웠다. 삼성전자는 20%, LG전자는 10%다. 지난해 점유율 추정치가 각각 16.2%, 8.3%이고 보통 점유율은 큰 폭으로 바뀌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업체가 세운 목표가 얼마나 공격적인 것인지 알 수 있다. 과연 삼성과 LG가 새해 글로벌 휴대폰 시장의 주도권을 노키아로부터 뺏아 올 수 있을까.
휴대폰 시장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할 전망이어서 한대라도 더 팔기 위한 혈투가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스마트폰이 얼마나 돌풍을 일으킬지가 큰 관심거리다. 국내 시장도 오는 4월 한국형 무선인터넷 플랫폼인 ‘위피’의 의무 탑재가 폐지될 예정이어서 토종과 외산간 한판 승부가 예상된다.
■삼성·LG,“올해는 해볼 만하다”
‘철옹성’ 같았던 노키아의 아성이 지난해부터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내리막을 모르던 노키아의 점유율이 지난해 3·4분기에 전분기 대비 2.1% 하락한 38.9%(1억1780만대)를 기록, 40%대 아래로 내려앉은 것. 반면 삼성전자는 1.7% 증가해 17.1%(5180만대)로 올라섰다. 시장 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올해도 노키아의 시장 점유율은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들 기관이 삼성의 점유율은 오히려 더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업체들의 공격적 목표가 허황된 게 아니란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노키아의 텃밭이나 다름없는 유럽 주요시장에서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다. 특히 노키아의 독무대였던 인도 등 신흥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해 기반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선진국 침체,신흥국 성장…‘양극화’ 확산
올해 휴대폰 시장 특징으론 단연 ‘양극화’가 꼽힌다. 메리츠투자증권 송민호 애널리스트는 “북미와 유럽 등 선진시장의 출하량은 10% 내외 감소가 예상되지만 신흥시장은 두자릿수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라며 “휴대폰 보급률이 낮은 중국, 인도 등의 성장세가 시장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투자증권 이승혁 애널리스도 “이머징마켓을 중심으로 한 저가폰 시장과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고가폰 시장으로 양극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우식 삼성전자 IR팀 부사장은 “신흥시장에서는 기능 단순화와 부품 공용화를 통해 비용을 대폭 절감한 ‘로우엔드 제품’으로 승부를 걸 계획”이라며 “고가와 저가 제품의 균형을 통해 10%대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유통망을 대폭 확대하는 한편 재고 관리를 위한 공급망 관리시스템(SCM) 확충에 적극 나서고 있다.
LG전자 안승권 MC사업본부장도 “신흥시장 공략을 위한 기술적, 영업적 준비를 사실상 마쳤다”면서 “전략 국가를 타깃으로 집중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취약점으로 지적되어온 브릭스(BRICs) 등 신흥시장의 유통채널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철저한 현지 수요 분석을 토대로 한 고가-저가 이분화 전략은 노키아가 전문적으로 구사해 온 전략이어서 국내 업체들의 전략이 얼마나 먹힐지는 두고봐야 할 듯하다.
■급성장하는 스마트폰 시장 잡아라
고가폰 시장은 급성장 중인 스마트폰이 좌우할 공산이 크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오는 2011년쯤 스마트폰 판매가 전 세계 5억5000만대에 달하면서 휴대폰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주력제품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인 파이퍼제프리의 마이클 워클리 애널리스트는 “모토로라나 소니에릭슨의 시장점유율은 2009년에 더 떨어질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노키아, 애플, 림(RIM) 등은 입지가 더 강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윌리엄 블레에 앤 코의 애널리스트 트로이 마스틴도 “모바일 웹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스마트폰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업체들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스마트폰 카드를 들고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주우식 삼성전자 IR팀 부사장은 “세계 휴대폰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될 것으로 보이지만 스마트폰 시장만은 성장률이 20%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새해 20여개의 스마트폰 제품을 출시해 고가폰 분야 시장 지배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LG전자 안승권 MC사업본부장도 “집에서 PC를 사용하듯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10여종 이상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 업체들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 바로 이 스마트폰이다.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40%를 장악하고 있는 노키아를 비롯해 림(블랙베리)과 애플(아이폰) 등의 장벽은 만만치 않다. 특히 우리 업체들은 이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삼성전자가 블랙잭과 옴니아로 글로벌 시장에 승부를 걸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아직 내세울만한 스마트폰이 없다.
■국내시장도 외산 공세 예고
국내 시장에서도 ‘토종폰 대 외산폰’간 시장 다툼이 치열할 전망이다. 노키아는 올 1·4분기(1∼3월) ‘6210 내비게이터’로 8년 만에 한국시장에 다시 진출할 예정이다. 이어 대만 HTC의 ‘터치다이아몬드’와 일본 소니에릭손의 ‘엑스페리아, 캐나다 림의 ‘블랙베리’, 미국 애플의 ‘아이폰’, 구글 ‘안드로이드폰’ 등도 잇달아 한국 문을 두드릴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장을 80% 가까이 독점해 온 삼성전자와 LG전자에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특히 시판 예정인 외산폰들이 두 회사의 올해 주력모델을 겨냥하고 있어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위피 폐지로 올해 국내외 휴대폰 시장은 어느 때보다 열악하고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kmh@fnnews.com 김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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