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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창업 열전] 53. 컴퓨터 부품 쇼핑몰 ‘아이엠펀’



2000만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해 18년 만에 연매출 1000억원을 달성한 기업이 있다. 23㎡ 규모의 작은 공간에서 컴퓨터 부품을 팔고 조립을 했던 기업이 현재는 컴퓨터 부품 쇼핑몰 분야에서 최고가 됐다. 컴퓨터 부품 쇼핑몰을 운영하는 아이엠펀은 인터넷 쇼핑몰 아이코다로 유명한 회사다. 아이엠펀은 진입 장벽이 낮은 컴퓨터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경쟁사보다 한 발 앞선 서비스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수 년간 해마다 직원들 월급을 10% 이상 인상했고 18년 동안 한 번도 적자를 보지 않은 이 회사의 이용수 사장은 “회사의 성장 비결은 고객과 협력사들의 신뢰가 쌓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컴퓨터 부품 판매 최초 시도

아이엠펀의 모태는 서울 용산 전자 상가에 위치한 작은 매장이다. 지난 90년 군대를 제대한 이용수 사장은 친구들과 동업해 용산에 컴퓨터 조립 매장을 냈고 컴퓨터가 한창 대중화되던 시기라서 장사가 잘됐다. 당시 이 사장은 컴퓨터를 조립해 판매하면서 월 500만원의 순이익을 남겼다. 93년에는 친구와 결별하고 본격적으로 1인 회사를 창립, 코다정보시스템으로 사명을 정하고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했다.

이 회사의 꾸준한 성장은 이 사장이 제일 중요시하는 고객들과의 신뢰와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신뢰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이 사장은 당시 업계 최초로 코다 용산 소식지를 발간했다. 한 달에 한 번씩 발간하는 소식지는 이 사장이 직접 제작했으며 소식지에 당시 최신 제품 정보, 용산상가의 새 소식 등을 담아 단골 고객에게 일일이 우편으로 발송했다. 이 덕분에 코다정보시스템과 한 번 인연을 맺은 고객들은 쉽게 다른 곳을 떠나지 않았다.

지금은 대부분 이런 방법을 사용하지만 당시에는 아무도 생각지 못한 판매 방식이었다.

이 사장은 컴퓨터 조립에 필요한 부품을 낱개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빨간 견적서를 고객들에게 보여주고 부품 개당 가격을 모두 공개한 것이다. 그 이전에 용산 매장에서는 컴퓨터를 조립해서 팔았기 때문에 고객들은 컴퓨터 부품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했다.

고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하지만 주변 경쟁 업체들은 조립 컴퓨터를 파는 것이 더 이윤을 많이 남길 수 있어 코다정보시스템의 판매 방식을 비웃었다. 이 사장은 “경쟁 업체들은 우리 방식을 따르지 않았지만 고객들은 줄을 이었다”며 “당시 매장에는 고객들 때문에 발디딜 틈이 없었다”고 말했다.

코다정보시스템의 서비스 혁신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96년 코다정보시스템은 용산 전자 상가 최초로 애프터서비스(AS) 매장을 별로도 만들었다. 이 사장은 “당시 용산에는 AS라는 개념이 없었는데 처음으로 AS 센터를 만들면서 고객들과 확실한 신뢰가 생겼다”고 말했다. 직원들도 10여명으로 늘어났다.

■온라인 쇼핑몰로 매출 1000억 달성

지난 99년 코다정보시스템은 온라인 사업 진출 선언과 함께 사명을 아이코다로 바꿨으며 2004년에는 본격적인 유통사업을 시작하면서 아이엠펀으로 제2의 창업을 선언했다.

아이엠펀이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은 다양한 제품들의 정보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다른 인터넷 쇼핑몰과 차별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99년 오픈 당시 컴퓨터 관련 쇼핑몰이 몇 개 있었지만 개발자 중심의 사고로 고객들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이 사장은 “쇼핑몰을 운영하기 위해 시장조사를 하는데 대부분의 인터넷 쇼핑몰에는 제품 정보가 별로 없었다”며 “인터넷 쇼핑몰의 승패는 고객들이 매장에 온 것처럼 느끼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당일 배송 시스템도 오늘날의 아이엠펀을 있게 해줬다. 이 사장은 2004년 당일 배송 시스템을 도입해 전국 각지에서 주문한 제품을 하루 만에 배달해주면서 회사의 입지는 더욱 강해졌다. 2001년에는 자사 브랜드로 컴퓨터를 선보여 하루평균 3000대 이상 팔렸다.

이런 결과 매출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지난 2005년에 매출이 500억원을 돌파했고 작년에는 1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사이트 가입 회원은 31만명에 달하며 하루에 최대 6억5000만원의 매출도 올리기도 했다.
온라인 관련 사업팀 직원 수도 99년 당시 3명에서 현재는 63명으로 늘었다.

이 사장은 “올해 매출 목표는 1300억원”이라며 “끊임없이 변화하며 고객들의 욕구를 채워주면 불황에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기자

■사진설명=아이엠펀은 컴퓨터 부품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해 연 1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서울 용산 전자상가 내에 위치한 아이엠펀의 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