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물 부족으로 인한 인류의 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08년 7월 유엔은 세계 물 부족 인구가 현재 7억명에서 2025년에는 30억명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지난해 7월 워싱턴에서 열린 ‘세계미래회의’에서 향후 10년 안에 ‘물에 의한 세계 3차대전’을 경고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치면서 국민의 물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왔다. 지난 40여 년간의 물 이용량을 보면 1965년 51억㎥에서 2003년 337억㎥으로 약 6배 이상이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물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새롭게 개발할 수 있는 물자원은 부족한 상황에서 물의 재이용 외에 최선의 대안은 생각하기 힘들다.
우선 집이나 사무실에서도 사용하는 물을 다시 이용할 수 있도록 중수도 시설을 갖추고 그냥 버려지는 빗물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또한 하수처리장이나 폐수처리장에서 나온 물도 그냥 흘려보낼 것이 아니라 재이용해야 할 것이다. 최근에는 하·폐수도 고도처리로 정화되기 때문에 얼마든지 재이용이 가능하다.
현재는 호텔, 백화점, 공장 등 물 다량 사용처에만 중수도시설을 갖추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나 앞으로 산업단지나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을 하는 경우에도 물을 재이용하여 공업용수나 각종 생활용수 등으로 쓸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미 선진국들은 상수, 하수에 이어 중수도와 하·폐수처리수의 재이용 등 물을 재이용하는 사업을 제3의 물 산업이라 부르며 새로운 산업으로 급속히 육성시켜나가고 있다. 국가 재정여건이 불안한 남미보다 중국, 호주 그리고 한국이 주요 시장이 되고 있다는 보고가 있으며 신흥 개발도상국들을 중심으로 물재이용 산업은 안정적으로 고속 성장할 것이라는 이 같은 전망은 점차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상하수도사업과 물 재이용 산업을 포함한 세계 물 시장 규모는 현재 880조원 규모에서 2015년에 약 1.8배인 1550조원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더욱이 소수 물 전문기업의 시장지배율이 늘어나 2015년에는 20여개의 물 전문기업이 50%를 점유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1, 2위의 다국적 물기업인 수에즈나 베올리아의 경우 아시아·태평양 지역 여러 나라의 물 시장에 진출하고 있으며 특히 거대 인구를 바탕으로 빠른 경제성장을 진행 중인 중국 시장을 집중 겨냥해 현지기업과 합작 형태로 진출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우리나라에도 이미 진출해 하이닉스 반도체공장의 폐수처리, 인천 송도·만수 하수처리장, 양주시 신천 하수처리장 등의 건설과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차세대 핵심 환경기술 개발사업을 통해 다양한 기술들을 개발해 왔고 상하수도 인프라 구축 등 가시적인 결과를 내놓긴 했지만 아직 상용화되거나 부가가치가 높은 기술, 또는 전문 운영 경험 등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두산중공업이 해수담수화 플랜트가 세계시장의 46%를 점유하여 1위를 차지한 것을 제외하고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물 관련 기업이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 기업도 새롭게 펼쳐지는 물 재이용 산업에 당당히 뛰어 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앞장서 물 재이용을 촉진하고 지원할 법부터 만들어 국가적인 기본계획을 수립해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국내기업들이 기술을 상용화하며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도록 기술개발과 세제지원 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첨단기술과 막대한 투자비용이 드는 하수처리수의 공업용수 재이용사업은 민간의 자본과 기술이 참여하는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국내기반과 건설·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기업이 해외 상하수도 시장에 진출할 때 물 재이용 분야도 물 순환사업의 일환으로 패키지화해 같이 진출함으로써 부가가치가 높은 시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대체자원이 없는 물이 석유보다 더 중요한 자원이 되는 시대가 이미 우리 코앞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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