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모토성(구마모토현)=글·사진 송동근기자】구마모토(熊本)현은 일본 서쪽 끝 규슈의 거의 한 가운데 위치해 있다. 동쪽으로는 아소산, 북쪽에는 지쿠히 산지가 자리해 있고 북서쪽에는 기쿠치강과 구마강 등의 하천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또한 아리아케 바다 연안에는 구마모토 평야와 야시로 평야가 드넓게 펼쳐져 있기도 하다.
현청이 있는 구마모토시는 현의 중앙에 위치하면서 행정과 경제 등의 중심도시로, 17세기 초부터 19세기 말까지 성곽도시로 크게 번창했던 곳이다.시가지와 성을 사이에 두고 시라강과 그 지류가 흐르고 있어, 이곳을 ‘숲과 물의 도시’라 말하기도 한다.
이곳에서 여행객들이 가장 대표적으로 즐겨찾는 곳은 역시 구마모토성이다. 이 성은 오사카성,나고야성과 함께 일본 3대 명성(名城)중 하나로 손꼽힌다. 따라서 연중 전국에서 온 수많은 관광객들로 붐빈다. 현재는 나라의 특별 사적으로 지정, 19세기 말 전쟁때 대부분 불에 타 버린 것을 약 40년 전에 텐슈가쿠(천수각)로 재건한 것이다.
이곳에는 역대 성주의 유품과 무구(武具) 등이 잘 전시돼 있는가 하면,성의 남동쪽에는 교토의 게이리 궁에서 가져다 이축했다는 스이젠지 공원이 자리해 있다. 또한 주변에는 연못과 잔듸동산이 잘 꾸며져 있어 시민들의 휴식처로 늘 사랑받고 있기도 하다.
성주변을 돌아보면 닌자(첩자)의 침입과 외적을 막기위해 만들어 놓은 둘레 12km의 넓은 하천을 이용한 해자(성 주위에 둘러 판 못)와 장벽, 그리고 이시가키(石垣·돌담)가 인상적이다.
당시 텐슈가쿠(천수각)와 혼마루 고텐(어전·御殿)이 서남전쟁이 일어나기 사흘 전 원인 모를 화재로 불타버렸다고 한다. 따라서 지금의 텐슈가쿠는 쇼와 35년(1960년)에 외관을 복원한 것으로, 지상 6층에 지하1층, 그리고 밖같 돌담 높이가 약 30m에 달한다. 이 안에는 가토가(家)와호소카와가(家),서남전쟁 등 관련 자료들이 잘 전시돼 있다.
지금의 혼마루 고텐이 일반에 공개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3년 4월. 1997년 구마모토성 복원 정비계획이 책정된 이후 그동안 6년에 걸쳐 공사가 진행돼 왔다.
정확히 말하면 화재로 불탄 것이 1877년이니, 130년의 세월이 지나 본래의 혼마루 고텐 모습으로 되찾게 된 것. 물론 문헌자료와 철저한 발굴조사를 토대로 오늘날에 그 위용을 드러낸 것이라 한다. 이곳에는 당시 번주(藩主)의 거실, 접대장소(회견장),주방 등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는 여러개의 고텐들로 꾸며져 있다. 아울러 이런 시설들은 호소카와 다다토시가 번주가 된후, 1633년에서 1635년 무렵 대규모 개수공사를 통해 커다란 주방동과 오히로마 북쪽의 거실 등이 증축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복원된 모습에서 알 수 있듯이 당시 53개의 방에 총 1570장의 다다미를 깔아 그 규모를 자랑했다고 한다. 이후 폐번치현(번을 폐지하고 현을 설치)으로 인해 구마모토성이 폐쇄되고, 주둔부대가 군시설로 이용하다가 1877년 서남 전쟁시 화재로 텐슈가쿠와 함께 소실됐던 것.
임진왜란시 왜장 가토 기요마시가 7년에 걸쳐 쌓았다(1610년)고 전해지는 구마모토성. 넓은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게 재미라면 재미다. 특히 이곳을 찾은 여행객들은 일본 어느곳에서도 보기 드문 구라가리쓰로(지하통로)에 신기해 한다.
이는 돌담과 돌담을 넘듯이 만들어진 것으로, 바닥아래 지하통로가 있는 고텐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성을 돌아보고 나서는 성내에 있는 현립 미술관에도 들러 작품을 관람하면 좋겠다. 이어 관내 식당 라파렛에서 에도시대 풍의 식사 ‘고카쥬젠’을 맛보면 누구나 구마모토 여행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dkso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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