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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 진입/신보성 증권연구원 금융투자산업실장

자본시장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금융투자업계 내에서 신규 진입 및 업무추가에 대한 기대가 한껏 부풀고 있다. 즉, 경쟁촉진이라는 자본시장법의 제정 정신을 감안할 때 금융투자회사의 신규진입이나 업무추가를 위한 라이선스 획득이 과거보다 훨씬 용이하리라는 것이다. 심지어는 물적요건만 갖추면 라이선스가 기계적으로 발급될 것이라는 생각까지 갖고 있는 경우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세간의 생각들을 평가하려면 진입정책과 관련해 자본시장법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자본시장법에서는 라이선스 취득에 필요한 물적 진입요건을 완화하고 있다. 그러면 이러한 물적 진입요건 완화가 향후 진입정책 방향과 관련해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자본시장에서는 기업과 투자자의 다양한 욕구가 분출되는데 이들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새내기들의 진입이 필요하다. 그런데 비즈니스 모델의 성공 여부는 해당 진입자의 역량(인적자본)에 주로 달려 있으며 물적자본의 크기와는 상관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정이 그렇다면 핵심역량을 갖춘 사람들이 물적자본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진입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유효하고도 실질적인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자본시장법의 제정 정신이라 하겠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물적 진입요건 완화는 핵심역량을 갖춘 자에게만 적용된다는 점이다. 결국 자본시장법은 물적요건 일변도의 진입정책을 핵심역량 중심의 질적심사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뚜렷한 비즈니스 모델이나 업에 대한 이해도 없이 물적요건만 갖추면 자동적으로 라이선스가 부여될 것이라는 기대는 옳은 자세가 아니며 바람직하지도 않다.

한편 자본시장법에서는 라이선스 취득에 필요한 물적요건을 완화함과 더불어 라이선스 종류 또한 한층 다양화하고 있다. 여기에는 다양한 플레이어들의 출현을 통해 자본시장의 역동성을 제고하려는 정책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 그동안 국내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모두 뚜렷한 목표시장을 갖지 않은 채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모든 업무를 백화점 식으로 영위해왔다. 그 결과 영위업무의 종류만 잔뜩 늘어난 채 정작 필요한 핵심역량은 구축되지 못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자본시장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핵심역량 구축이 다른 어떤 영역보다도 중요한 곳이며 따라서 지금처럼 금융투자회사들이 뚜렷한 전략적 초점 없이 거의 모든 업무를 영위하는 상황은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자본시장법의 라이선스 다양화 조치는 모든 업무를 취급하는 소위 종합 금융투자회사보다는, 다양한 방면에 전문화된 특화 금융투자회사의 진입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끝으로 신규업무 추가에 대한 인가 역시 단순하게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현재 국내 금융투자업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취급업무의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기존 영위 업무에서의 핵심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해외 유수의 투자은행이나 자산운용사들의 성장과정을 보면 예외 없이 특정 부문에서의 핵심역량을 구축한 후 관련성이 높은 부문으로 점진적인 다각화를 단행해 나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정부는 기존업무와의 관련성, 상이한 업무 수행에 따른 이해상충 해소 방안 등에 대한 질적심사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핵심역량 구축이 전제되지 않은 신규업무 추가는 획일화된 종합 금융투자회사 양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이는 혁신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자본시장법의 제정 취지에도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