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모토성(구마모토현)=글·사진 송동근기자】구마모토(熊本)현은 일본 서쪽 끝 규슈의 거의 한 가운데 위치해 있다. 동쪽으로는 아소산, 북쪽에는 지쿠히 산지가 자리해 있고 북서쪽에는 기쿠치강과 구마강 등의 하천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또한 아리아케 바다 연안에는 구마모토 평야와 야시로 평야가 드넓게 펼쳐져 있다.
현청이 있는 구마모토시는 현의 중앙에 위치하면서 행정과 경제 등의 중심도시로, 17세기 초부터 19세기 말까지 성곽도시로 크게 번창했던 곳이다. 시가지와 성을 사이에 두고 시라강과 그 지류가 흐르고 있어, 이곳을 ‘숲과 물의 도시’라 말하기도 한다.
이곳에서 여행객들이 가장 대표적으로 즐겨찾는 곳은 역시 구마모토성이다. 이 성은 오사카성, 나고야성과 함께 일본 3대 명성(名城)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곳에는 역대 성주의 유품과 무구(武具) 등이 잘 전시돼 있는가 하면, 성의 남동쪽에는 교토의 게이리 궁에서 가져다 이축했다는 스이젠지 공원이 자리해 있다. 또한 주변에는 연못과 동산이 잘 꾸며져 있어 시민들의 휴식처로 사랑받고 있기도 하다.
성주변을 돌아보면 닌자(첩자)의 침입과 외적을 막기 위해 만들어 놓은 둘레 12km의 넓은 하천을 이용한 해자(성 주위에 둘러 판 못)와 장벽, 그리고 돌담이 인상적이다. 천수각(天守閣)과 어전(御殿)이 1877년 서남전쟁이 일어나기 사흘 전 원인 모를 화재로 불타버렸다고 한다. 지금의 천수각은 쇼와 35년(1960년)에 외관을 복원한 것으로, 지상 6층에 지하 1층이다. 돌담 높이는 무려 30여m에 달한다. 이 안에는 가토가(家)와 호소카와가(家), 서남전쟁 등 관련 자료들이 잘 전시돼 있다.
지금의 어전이 일반에 공개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3년 4월. 1997년 구마모토성 복원 정비계획이 책정된 이후 그동안 6년에 걸쳐 공사가 진행돼 왔다. 문헌자료와 철저한 발굴조사를 토대로 지금의 그 위용을 드러낸 것이라 한다.
구마모토성은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게 재미라면 재미다. 이곳에는 당시 번주(藩主)의 거실, 회견장,주방 등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는 여러 개의 어전들로 꾸며져 있다.
아울러 이런 시설들은 호소카와 다다토시가 번주가 된후, 1633년에서 1635년까지 대규모 개수공사를 통해 커다란 주방동과 오히로마 북쪽의 거실 등이 증축된됐다. 이후 폐번치현(번을 폐지하고 현을 설치)으로 인해 구마모토성이 폐쇄되고, 주둔부대가 군시설로 이용하다가 서남전쟁 때 화재로 천수각과 함께 소실됐던 것.
구마모토성을 둘러보았다면 성내 식당 ‘라파렛’에 들러볼 일이다. 고성을 바라보며 즐기는 에도시대풍의 ‘고카쥬젠’이 별미다./dkso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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