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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CEO 데이트] <5> 백창기 동양투신운용 대표



동양투신운용(이하 동양운용)이 따뜻해지고 있다.

지난 2006년만 해도 6조원 선에 머물던 동양투신운용의 수탁고가 지난해 8조원을 넘어서더니 올해 10조원을 돌파한 것. 백창기 대표(사진)의 말대로 고객의 신뢰를 먹고 사는 운용사에 수탁고가 신뢰를 나타내는 ‘온도계’라면 동양투신운용에도 ‘봄날’이 왔다.

기존 강점이던 채권 운용은 살리고 수탁고가 2000억원 안팎에 불과하던 국내주식형펀드는 가치·고배당주펀드와 삼성그룹주펀드로 인기몰이를 했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실기업이 속출했지만 강화된 리스크 관리로 어느 펀드 하나 문제된 것이 없었다. 오히려 그러는 사이 수탁고는 차곡차곡 늘어갔다.

앞으로 어떤 마음으로 고객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할지 올해 경영전략과 목표를 들어봤다.

■“올해, 내년은 바닥 다지는 시기”

우선 국내경기는 당분간 어려운 상태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양운용은 기존에도 올 3∼4월이 가장 힘든 시기가 될 것으로 봤었다.

투자자들이 성숙해지면서 증시 급락에도 펀드런(대량환매)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정작 우려하는 것은 증시가 반등세를 탈 때다.

백 대표는 “이번 위기를 지나 개인투자자들의 순자산이 70∼80% 선까지 회복되는 시점에 환매압력이 높아질 것”이라며 “경기는 U자형으로 회복이 다소 더디겠지만 주가는 이미 최악의 상황을 반영한 만큼 지금이 바닥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적으로 편한 사람들에게는 지금을 매수시점으로 추천한다고 귀띔했다.

증권사에 있을 당시는 그때그때 주어진 업무나 거래만 잘 마치면 됐다. 그러나 운용사에 와 보니 그게 아니었다. 당장의 성과보다 고객과 꾸준히 신뢰를 쌓아야 했던 것. 그는 “증권사에 있을 때도 자산운용 업무를 맡았지만 운용사와는 기본적으로 철학이나 접근방법이 달라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며 “수탁고 몇조원보다 고객이 미래의 재산을 형성해가는 파트너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자본시장법 시대, 탄소펀드로 ‘차별화’

현재 국내펀드의 전체 수탁고는 390조원을 약간 웃돈다. 펀드시장이 급성장에 따른 ‘성장통’을 겪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금융위기와 겹치면서 타격이 컸다. 그러나 꾸준한 성장세로 10년 내로 국내 펀드산업이 수탁고 1000조원까지 성장한다는 것이 백 대표의 예상이다.

자본시장법 시대가 열리면서 동양운용이 장기적으로 특화할 분야는 바로 탄소배출권 관련 펀드다. 지난해 탄소배출권 업체와 업무협약을 했지만 아직 공모상품으로 선보이진 못했다.

자본시장법으로 펀드 투자자산의 제한이 사실상 없어지면서 탄소펀드 운신의 폭도 넓어졌다. 지금까지는 탄소배출권 관련 주식에만 투자할 수 있었지만 펀드로 자금을 모아 프로젝트에도 직접 투자할 수 있게 된 것.

그러나 지금 당장보다는 탄소배출권에 관한 인식이 퍼지고 시장의 수요가 커질 때를 맞춰 내놓을 계획이다. 새로 진출한 상장지수펀드(ETF)에서도 탄소배출권 관련 지수를 추종하는 환경 ETF를 고려 중이다.

그는 “탄소펀드에 대한 원칙은 정해졌고 시장에서 수요가 형성될 때까지 기다리는 중”이라며 “올해 10월에 열릴 기후변화협약이 환경 분야에서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또 그간 국내시장에서 각광받지 못했던 인덱스펀드 쪽으로도 초점을 맞출 생각이다.

■한국과 닮은 베트남이 ‘유망’

백 대표는 ‘아시아통’으로 손꼽힌다. 동양종금증권에 있을 당시 필리핀에 동양은행을 설립하고 초대 최고경영자(CEO)로 7년간 일하면서 아시아를 봤다. 캄보디아와 베트남 진출도 그가 담당했다.

그는 “한국이 수출로 경제를 일으킨 것처럼 금융도 세계로 진출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아시아 금융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스스로도 ‘아시아팬’으로 자청하는 그가 아시아 유망주로 꼽은 곳은 베트남이다. 그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해외 부문은 역시 베트남펀드다. 그는 “최근 베트남의 경제 발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지만 성실성이나 교육열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베트남 시장이 클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동양은 지난 2007년 4월에 ‘동양베트남민영화혼합 1’을 1450억원 규모로 운용 중이며 지난달 초 ‘동양베트남적립식주식혼합 1’을 설정, 다시 한번 기회를 엿보고 있다.

참고로 백 대표는 해외펀드로 동양운용의 베트남펀드에 가입했고 국내주식형펀드로는 ‘동양Great Company SRI주식1’에 투자하고 있다.

/hug@fnnews.com 안상미기자

#다음 펀드데이트 상대는 하나UBS자산운용 안드레아스 노이버 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