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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수돗물 서비스 바꿔라/민경석 경북대 환경공학과 교수

매년 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유엔은 먹는 물 공급과 관련된 문제들을 인식하고 수자원 보전과 먹는 물 공급의 중요성을 알리며 정부·국제기구·비정부기구·민간 부문의 참여와 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1992년 세계 물의 날을 제정·선포했다. 우리나라도 최근 전국적인 가뭄 현상이 심화되면서 일부 지역의 댐과 저수지들이 바닥을 드러냈다. 국지적으로 수돗물 공급 시스템 자체가 마비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먹는 물을 둘러싸고 지역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수돗물 공급시스템에 대한 구조개편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수도사업은 지방상수도인 164개의 지자체와 광역상수도를 담당하는 한국수자원공사로 구분되는 이중적 구조다. 수도사업의 이원화로 인해 불필요한 수도시설의 확충이 지속되면서 중복 과잉 투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지역적인 물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광역상수도와 지방상수도의 평균 가동률은 각각 48%와 55%로 국민의 혈세로 만들어 놓은 시설을 절반가량 놀리고 있는 실정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약 3조원 이상의 국민 혈세가 낭비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수도사업은 공공부문 위주의 독점적인 사업 형태로 비효율적이고 한 기관에서 규제와 사업을 동시에 실시함으로써 대 국민 공공서비스 질 향상에 역행되는 모순된 구조를 드러내고 있다.

특정 광역시와 대도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자체는 수도사업의 규모가 영세하다. 수도요금 현실화율과 유수율이 크게 낮아 수도사업에서 만성적인 적자가 발생하고 적자분은 국민 세금으로 충당되고 있다. 하지만 깨끗한 수돗물을 생산하기 위한 관망개선과 같은 수도시설 개선 투자와 서비스 질 개선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또한 전문인력의 확충을 기대할 수도 없을 뿐더러 도·농간의 수도 요금과 서비스 질의 격차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25일에 환경부는 수도시설의 과잉·중복 투자와 지역간 용수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64개 행정구역별로 분산된 수도사업을 30개 이내로 광역화하는 ‘지방상수도 통합 운영’의 추진 계획을 밝혔다. 전남지역 9개 시·군과 경북지역 5개 시·군을 두 곳의 시범지역으로 선정해 상수도 통합 작업에 들어갔으며 이미 통합운영 정책협의회를 구성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수도 서비스의 개선을 위해서는 유역을 광역화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야 한다. 또한 민간전문 수도사업자의 참여를 유도하여 시설투자는 물론 선진경영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운영 효율을 높여 수도 요금을 낮추고 한 차원 높은 수도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국민은 수도사업을 민간전문 수도사업자에게 위탁할 때 수도요금이 인상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민간이 위탁 경영을 하게 되면 효율성이 증진돼 생산 원가가 하락하게 돼 인상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현재는 공공성을 강조한 나머지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부족한 생산원가는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수돗물 품질 낙후에 대한 불이익만 발생하게 된다. 가격의 현실화를 위해 정부는 먼저 지역별로 격차가 심한 수돗물 원가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공개해야 하며 가격이 높은 지역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수도사업 관리체계를 개선하되 소비자, 전문가 및 지자체 공무원들이 관여하는 전문규제기관 설립을 통해 무분별한 요금 인상을 제도적으로 막고 전문화된 수도 사업자를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수도사업이 전문화되면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업과 규제를 분리함으로써 수돗물의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한편 기존 수도사업 종사자의 신분 변화에 대한 큰 우려는 고용승계, 연금문제, 잔류희망자에 대한 타부서 전출, 장기간에 걸친 구조조정 및 법제화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시민단체, 학계, 정부, 기업 및 지자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 집단간의 토론과 타협을 통해 수도사업 서비스 구조개편의 진정한 의미를 국민에게 올바르게 전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