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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년 전 헤어진 어머니 찾는 최동열씨



“꿈속에서도 그리는 엄마, 늘 어딘선가 저를 지켜봐 주고 계실 것만 같은 엄마. 제 가슴속에 늘 살아 계신 엄마. 그런 엄마를 이제는 꼭 만나고 싶습니다.”

최동열씨(29)는 엄마를 애타게 부르짖다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누르지 못해 목이 멘다. 한 아이의 아버지기도 하지만 ‘엄마’란 단어를 어린아이처럼 너무도 자연스럽게 말하는 최씨.

그는 그러나 어머니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게 없다. 태어난 지 2개월도 채 안돼 어머니 품에서 떨어졌기 때문이다.

‘아이 성(姓)은 전주 이씨이고 태어난 날은 1980년 9월 22일(음력 8월 14일). 태어난 시간은 밤 10시입니다.’ 최씨 어머니가 아이와 함께 남겨놓은 자필 메모 내용이다.

최씨가 어머니와 헤어져 현재의 가정으로 입양된 과정은 이렇다. 지난 1980년 11월 15일 대구시 남구 대명9동 양성래씨 집앞 노상에서 한 갓난 남자아이가 발견됐다. 이를 발견한 주민이 경찰에 신고를 했고 아이는 대구 인지랑파출소 손인경 순경에 의해 백백합보육원(당시 대구시 소재)으로 보내졌고 1981년 2월 18일 대구에 있는 아동복지기관 대성원(현재 대구아동복지센터)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그해 그곳에서 지금의 가정에 입양됐다.

“입양된 날짜는 정확히 모르겠어요. 이제껏 말씀 드린 게 제가 아는 전부입니다. 제가 있던 백백합보육원이나 대성원 등 많은 곳을 찾아다녔지만 어머니와 저에 대한 기록이 없거든요.”

최씨가 어머니를 찾기에는 너무나 정보가 부족하고 여건이 힘겨워 보인다. 하지만 하루하루 대구 수산물 도매상점에서 힘든 배달 일을 하면서도 구김살 없이 용기를 갖고 살아가고 있다. 언젠가는 어머니를 꼭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마음속에 굳게 자리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제가 입양아로 자랐다는 건 저도 최근(1년 전)에야 알게 됐어요. 당시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었죠. 또 어머니 원망도 많이 했죠.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최씨는 현재 아내와 여섯 살짜리 딸아이와 함께 대구에서 단란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다.
“한 아이의 아버지가 돼 보니 어머니 심정을 조금은 알 것 같아요. 당시 무언가 어머니도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죠.”

최씨는 “이제는 어머니에 대한 아무런 한숨도 원망도 없다”면서 “나를 낳아준 어머니를 꼭 한번 만나고 싶은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dksong@fnnews.com 송동근기자

■사진설명=태어난 지 2개월도 채 안돼 어머니 품에서 떨어져 자란 최동열씨. 그가 지난 1980년 11월 어머니와 헤어진 이후 29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는 “꿈속에서나 그리던 엄마를 꼭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