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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스토리] 꽃남 가득한 日판타지 애니컬

▲ 애니컬 ‘블리치’
상상 속에서나 존재할 법한 세계와 다채로운 주인공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을 무대화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쉬운 일이 아니다.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일본 애니컬은 대부분 방대한 스토리를 압축해 한 편의 뮤지컬로 완결하는 것이 아니라, 주요 에피소드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면서 연출적으로 불가능한 부분은 섬세한 캐릭터 묘사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코스프레(Costume Play)를 연상케 하는 분장과 의상, 다소 유치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애니컬이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이유는, 작품성과 완성도에 대한 평가는 뒤로 하더라도, 팬들이 원하는 만화적 상상력을 충족시켜 줄만한 개성 강한 캐릭터들을 무대 위에 되살려내기 때문이다.

애니컬이라는 장르가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하지만 ‘만화 천국’ 일본에서는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히트 문화상품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특히 ‘꽃남’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는 작품 특성상 어린아이들 보다는 오히려 성인 여성 관객들의 충성도가 높은 편이다.

국내에 가장 널리 알려진 일본 애니컬은 지난해 내한공연을 가진 바 있는 ‘테니스의 왕자’. 일본에서만 300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는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테니스의 왕자’는 지난 2003년 도쿄 예술극장에서 초연된 이후 현재까지도 절찬 공연되고 있는 히트 뮤지컬이다.

‘테니스의 왕자’는 전국대회를 향한 소년들의 열정과 패기, 매력 넘치는 캐릭터, 흔히 ‘필살기’로 불리는 화려한 기술의 극적인 효과로 스포츠 만화가 주는 최고의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는 평가를 얻었다.

지난 2월 남자배우들로만 구성된 극단 ‘스튜디오 라이프’가 도쿄 긴가극장 무대에 올린 애니컬 ‘후르츠 바스켓’도 애니컬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타카야 나츠키 원작의 순정만화 ‘후르츠 바스켓’은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일본 만화로 십이지 혼령에 씌어 이성에게 안기기만 하면 십이지 동물로 변하는 소년 소마와 그를 사랑하는 소녀 토오루의 이야기.

이 공연에는 스튜디오 라이프 소속 배우들 외에도 드라마 ‘메이의 집사’에 출연한 마야마 아키히로, 아이돌 그룹 ‘런&건’의 카미야마 류지와 요네하라 코우스케 등 주목받고 있는 ‘꽃남’들이 대거 출연, 십이지로 등장하는 다양한 스타일의 미소년 캐릭터에 힘을 실었다. 따뜻한 감성의 사랑스런 여주인공 토오루 역 역시 여자배우가 아니라 남자배우가 연기했다는 점도 특이하다. 인기 절정의 ‘후르츠 바스켓’은 오는 30일 도쿄 오다이바에 위치한 후지TV에서 전 출연진이 참가하는 ‘애프터 토크 이벤트’도 계획하고 있다.

지난 2005년 초연된 록 뮤지컬 ‘블리치’도 인기 애니컬의 하나다.
2001년 ‘주간 소년점프’에 연재를 시작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블리치’는 일본 내에서만 300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는 베스트셀로로 강한 개성을 지닌 매력적인 캐릭터와 튼실한 스토리로 어린이에서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2005년 기존의 애니컬과 차별환된 록 뮤지컬을 표방하며 초연된 ‘블리치’는 2006년 ‘블리치-재염’이라는 제목으로 업그레이드 버전을 내놓은 데 이어 2007년에도 또다른 버전의 공연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새로운 버전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는 ‘블리치’는 록 뮤지컬 특유의 강렬한 음악과 캐릭터로 애니컬의 주요 소비층인 여성 관객은 물론, 많은 수의 남성 팬을 거느리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도쿄=hide1978@hanmail.net박진희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