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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니제티의 ‘람메르무어 루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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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불황으로 일부 대형 클래식 공연이 일정을 취소하는 등 때아닌 몸살을 앓고 있지만 오페라만은 건재한 듯하다. 이달에 모습을 드러내는 작품만도 무악오페라단의 ‘피델리오’를 비롯해 고양문화재단의 ‘람메르무어 루치아’, 글로리아오페라단의 ‘라 보엠’ 등 3편. 6월에도 한국오페라단의 ‘토스카’, 누오바오페라단의 ‘호프만 이야기’, 국립오페라단의 ‘노르마’ 등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어 5∼6월은 이래저래 ‘오페라의 계절’이 될 듯하다.
◇베토벤 유일의 오페라 ‘피델리오’=10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는 ‘피델리오’는 악성(樂聖) 베토벤이 9년여에 걸쳐 만든 유일의 오페라다. 18세기 스페인 남부도시 세비야를 배경으로 절망적인 순간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사랑의 대서사시를 써내려간 한 여인의 숭고한 정신을 극적으로 표현한 이 작품은 베토벤의 대표작인 교향곡 5번 ‘운명’과 곧잘 비교되곤 한다. 100명이 넘는 방대한 출연진과 거대 제작비 등을 이유로 국내에서는 지난 1962년과 1992년 딱 두 차례 공연된 것이 전부다. 연세대 동문들이 창단한 무악오페라단에 의해 17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이번 공연은 남성합창에만 80여명이 동원되는 등 총 120여명의 출연진이 무대를 채우는 대작 오페라로 만들어졌다. 남편을 구하기 위해 남장을 하고 이름까지 피델리오로 바꾼 여주인공 레오노레 역에는 소프라노 나경혜와 미국 출신의 성악가 수잔 앤서니가 더블 캐스팅됐다. 또 남자주인공 플로레스탄 역은 테너 한윤석과 미국 출신의 테너 겸 피아니스트 스티븐 해리슨이 번갈아 맡는다. 3만∼15만원. (02)720-3933
◇광란의 아리아 ‘람메르무어 루치아’=20여분간 지속되는 광란의 아리아로 유명한 도니제티의 명작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는 오는 22∼23일 경기 고양 아람누리 아람극장 무대에 오른다. 고양문화재단이 기획한 이번 무대는 지난해 4월 국립오페라단이 볼프람 메링 연출로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렸던 작품으로 신진 연출가 안호원이 새로운 해석을 가미했다. 철학적인 해석과 연극적 요소를 강화했던 지난해 버전의 전통을 이어가되 작품의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이다. 출연진도 대폭 교체됐다. 지난해 공연에선 소프라노 박지현과 오미선이 주역에 캐스팅됐지만 이번 공연에선 세계 최고 권위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소프라노 김수정과 이상은이 루치아 역을 맡았다. 또 루치아가 사랑하는 남자 에드가르도 역에는 테너 이승묵과 이재욱이, 동생 루치아를 귀족 아르투로와 정략 결혼시켜려 하는 엔리코 역에는 바리톤 노대산과 김기보가 더블 캐스팅됐다. 1만∼8만원. 1577-7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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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치니의 ‘라 보엠’ |
◇가난한 예술가들의 노래 ‘라 보엠’=‘그대의 찬 손’, ‘내 이름은 미미’ 등 유명 아리아를 품고 있는 푸치니의 ‘라 보엠’은 오는 25∼28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글로리아 오페라단은 “지난 2007년 12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화재의 발단이 됐던 작품이 바로 ‘라 보엠’이었다”면서 “오페라 팬들에게 그 궁금증을 풀어주는 것도 오페라단의 책임이라는 생각에서 이번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라 보엠’은 젊고 가난한 예술가들이 모여 살던 19세기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이번 공연은 시대적 배경을 현대로 가져오는 등 현대적인 해석과 미래적 감각을 가미했다. ‘한국의 폴 포츠’로 사랑받고 있는 아마추어 테너를 깜짝 캐스팅하고 청계천의 명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마임 부녀’를 특별 출연시키는 등 관객에게 보다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남녀 주인공인 미미와 로돌포 역은 소프라노 안젤라 파팔레와 박미혜, 테너 세르지오 파나지아와 이원준 등이 각각 맡았다. 3만∼20만원. (02)543-2351
/jsm64@fnnews.com 정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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