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몸을 통해 인간 삶의 체취와 향기, 그리고 개인을 넘어 사회의 모습까지 발견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전문 모델이 아니라 일반인을 모델로 우리 인간의 삶을 이야기하고자 했습니다.”
사람 얼굴에 인형의 눈알을 단 사이보그 연작 등 다소 섬뜩한 분위기의 그림들을 선보여온 작가 안창홍(56·사진)이 이번에는 일반인 8명의 전신 누드로 또다시 충격적인 사회발언을 하고 있다. 오는 6월 28일까지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리는 ‘흑백거울-마치 유령이나 허깨비들처럼’이라는 이름의 전시에서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가 흑백으로만 그린 대형 누드화 10점을 선보인다. 그림속 모델들은 정면을 뚜렷이 응시하면서 능동적인 인물로 표현돼 있는데, 그의 흑백누드는 에로틱하기보다는 장중하고 엄숙하다.
안창홍은 “70대 시골 농부, 강남의 사업가, 30대 직장인, 취미로 킥복싱하는 직장 여성 등 제 주변의 보통사람들을 등장시켰습니다. 평생 육체노동을 해온 촌로와 비슷한 연배의 사업가를 대비시켜 우리 시대의 사람과 사회를 이야기하고자 한 것입니다”고 말한다.
작가는 4m가 넘는 대형캔버스 위로 인간 자체의 숭고함과 더불어 현실에 대한 자신의 시선을 담아낸다. 그동안 원색으로 인물의 특성을 지워내며 익명을 지향했던 그는 신작에서 이례적으로 흑백 화면 위로 특정 인물을 담아낸 것이다. 자신의 작품에 대해 “회색빛 절망 혹은 최악의 그림”이라고 부르는 작가는 단조로운 무채색의 신작을 통해 개인사와 함께 사회에 대한 우울하면서도 허탈한 심상을 담아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술평론가 최태만은 “작품 속 인물들은 전통 누드화의 다소곳한 자세가 아니라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몸을 대하듯 공격적이며 노려보는 듯하다”며 “안창홍의 누드화는 건강한 육체에 바치는 헌사이자 자신의 삶에 충실한 사람들에게 바치는 존경”이라고 평한다.
“예술은 자유와 저항, 그것을 뿌리로 가치있는 정신의 꽃이 피어나는 것이다”고 말하는 작가 안창홍. 작가 생활 28년을 맞아 인간과 문명, 사회적 폭력에 대한 저항, 인간의 위선에 대해 통렬한 비판을 하는 그의 날카로운 눈은 서슬퍼런 칼날처럼 다가온다.
/noja@fnnews.com 노정용기자
■사진설명=일반인 8명의 전신 누드로 또다시 충격적인 사회발언을 하고 있는 작가 안창홍. 흑백으로 그린 대형 누드화 10점은 에로틱한 느낌을 주기보다는 장중하고 엄숙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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