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동학의 해월 최시형 교주는 ‘밥은 곧 하늘이다’고 했고 시인 김지하도 밥이 입으로 들어갈 때에 하늘을 몸 속에 모시는 것이라 했다. 아마도 먹고 사는 일의 중요성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리라.
‘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언제 밥 한번 먹자’, ‘한솥밥’, ‘밥심’, ‘식구’ 등에서 보듯이 우리는 ‘밥’을 통해 끈끈한 정을 나누고 타인과의 정서적 유대를 이어간다.
밥상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밥을 먹는 인물들을 통해 삶을 이야기하는 한국화가 정경심이 10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토포하우스(02-734-7555)에서 개인전 ‘코스모스 레스토랑전’을 연다. 이번이 작가의 세번째 개인전이다.
특히 작가는 그동안 밥상을 통해 세상사를 풀어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그 밥상 앞에 앉은 인물들을 통해서 세상사의 희로애락을 얘기한다. 선인장을 나눠먹고 있는 다정한 신부와 신랑, 아련한 눈빛으로 솜사탕을 먹는 어린 꼬마소녀, 넓은 운동장을 무언가를 열심히 먹으며 뛰어다니는 축구 선수들, 관중석에서 쉬지 않고 먹어대는 관람객들이 정경심의 그림 속 풍경들이다.
작가는 “먹고 사는 모습 속에 우주의 질서가 담겨있음을 느낀다. 그 끝없이 반복되는 우주의 질서가 실현되는 원초적 본능의 먹는 행위 속에 삶에 대한 애착과 회한, 슬픔과 기쁨이 담겨있다”고 말한다.
사실 밥상은 한국인의 완강한 일체감을 보여주는 존재다. 정경심이 차린 밥상 위의 풍경은 다른 풍경과 잇대어져서 밥 먹고 사는 일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그래서 그런지 등장인물들은 한결같이 탐욕스럽게 먹는 일에 열중한다.
그러나 정경심의 그림은 일러스트레이션이나 만화처럼 쉽고 재미있게 읽히고 편안하게 다가온다. 그럼에도 한참 그의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작가가 우리에게 이렇게 말을 거는 듯하다. “사는 게 무엇일까요. 잘 먹고 잘 일하는 게 아닐까요.”
/noja@fnnews.com 노정용기자
■사진설명=정경심 ‘다섯 식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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