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최근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것을 포기했다. 당초에는 주식 매매에 영 자신이 없는 입장이라 ETF상품이 여윳돈을 투자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정기적으로 얼마씩 투자하여 필요한 일이 생기면 쓰려 했던 자금이라 펀드보다는 비용도 싸고 환매수수료도 없는 ETF가 딱이었던 셈.
코스피200 지수를 추적하는 ETF보다는 전망이 밝아 보이는 섹터ETF와 스타일ETF에 나눠 투자를 했다. 그러나 막상 자금이 필요해 투자금을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A씨의 속은 새까맣게 탔다. 매도호가를 제시한 뒤 얼마가 지나도 매수 움직임도 없고 거래도 전혀 체결되지 않았던 것. 유동성 부족이라는 치명적 결함을 안고 있었던 것이다.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채권ETF나 레버리지ETF, 인버스ETF 등 새로운 ‘신상(신상품)’ ETF 출시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코스피200 지수를 추적하는 몇몇 ETF를 제외하고는 거래가 활발하지 못한 상황에서 ‘신상’이 나온다고 투자자들이 ETF를 편리한 투자수단의 하나로 이용할 수 있을 만큼 유동성이 확보될지는 미지수다.
■심지어 하루에 고작 5번 거래체결
14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올 들어 KODEX200의 일평균 거래량이 461만계약으로 단연 앞섰으며 △TIGER200 118만 계약 △KOSEF200 97만계약 △TREX200 95만계약 △KINDEX200 66만계약 등을 기록했다.
모두 코스피200 지수를 추적하는 ETF로 다른 지수를 추적하는 ETF 중에서 일평균 거래량이 10만주를 넘은 것은 KODEX삼성그룹이 유일하다.
반면 하루 거래량이 1만계약도 되지 않는 ETF가 상장된 ETF의 절반을 차지한다. 유동성이 적정 수준까지 올라오지 못할 경우 ETF는 추적대상 주가지수를 제대로 따르지 못하면서 매매될 수 있다.
KOSEF 중형순수가치와 대형가치, 블루칩은 각각 하루 평균 거래량이 386계약, 403계약, 883계약에 그쳤다. KOSEF 중형순수가치는 지난 주말 장 시작하자마자 9시에 한 계약이 거래가 되는가 싶더니 통 매매가 체결되지 않으면서 47계약으로 하루 거래를 마쳤다. 한두 시간마다 한번씩 겨우 거래가 체결되면서 이날 총 5번의 거래가 있었을 뿐이다.
상장시에는 신종 ETF라며 떠들썩했던 해외ETF 역시 거래가 시들하다. KODEX Brazil과 KODEX Japan의 일평균 거래량은 각각 2552계약, 3170계약이다.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면서 올 들어 상장 폐지된 ETF만 KODEX KRX100과 KODEX 중형가치, KODEX 중대형가치, KODEX 중대형성장 등 벌써 4개에 이른다.
■ETF, 종합 활성화 대책 마련돼야
처음 도입될 당시만 해도 ETF는 인덱스펀드의 장점에 매매편의성, 낮은 수수료까지 각광받는 상품이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도록 섹터ETF를 비롯해 스타일, 해외지수, 테마ETF까지 도입했지만 유동성 확보에는 실패했다.
물론 ETF 역시 호가를 제시해 거래 활성화를 유도하는 유동성 공급자(LP)가 있다.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 대비 LP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문제도 있다.
그러나 LP는 매수호가와 매도호가의 간격을 좁혀 적정한 가격을 형성해야 하지만 체결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LP가 직접 투자자들의 ETF 시장에 뛰어들게 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단 KRX 측은 LP제도는 다소 개선하고 앞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신종 ETF의 도입과 함께 투자자 홍보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개선된 LP제도는 신종 ETF 도입 관련 규정을 손보면서 같이 시행될 예정이다.
/hug@fnnews.com 안상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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