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fn 이사람] ‘무지개 정원’展 여는 문형태 작가



“저는 그림을 통해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절망을 이야기하지 않고자 합니다. 아무 것도 그려지지 않은 흰 캔버스는 모든 색이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아무 것도 시작하지 않았으므로 역설적으로 모든 가능성들이 열려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젊은 작가 문형태(34·사진)는 숨가쁘게 삶을 달려오고 있다. 지난해 작업실에서 세상으로 첫 나들이를 한 그는 불과 1년 반 사이에 ‘사랑은 외로운 투쟁’ ‘드라이브’ ‘형사 가제트’ 등 여섯 차례의 개인전과 열다섯 차례의 그룹전을 가졌다. ‘가난’을 무기로 한 문형태는 웹디자인, 그래픽디자인, 오브제 설치, 회화 등 각종 장르를 넘나들며 ‘살기’위해 몸부림을 친 만큼 작품에 임하는 진지한 자세로 이 같은 성취를 이루어냈다.

오는 8월 11일까지 서울 관훈동 토포하우스에서 ‘무지개 정원’전(展)을 여는 문형태는 “아름다운 일곱빛깔 무지개는 사실 우리 자신의 정원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며 “아무리 삶이 고달프도 절망하지 않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모님의 사업실패로 작가 또한 넉넉하지 못한 환경에서 자랐다. 작업비가 없던 대학 시절, 어머니로부터 받은 종이봉투에 결혼반지가 들어있었다는 그는 지난해 첫 전시를 열고 난 판매수익으로 어머니께 금팔찌를 선물해드렸다.

이러한 가정 환경은 작품 속에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젊은 날 스무번 가까이 이사를 한 문형태는 공간에 집착을 한 나머지 작품에 ‘집’ ‘자동차’ ‘비행기’ ‘기차’를 빈번하게 등장시킨다. 아무도 탑승하지 않은 자동차나 택시는 그 스스로가 공간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방황하는 자신을 묘사한 것이다.

그럼에도 문형태의 그림은 대담하면서도 함축적이다.
뿐만 아니라 복잡한 사유체계를 구축하는 형이상학적 표현이나 지극히 추상적인 작품으로 나타내는 대신에 마치 어린아이가 그린 그림처럼 단순화된 인물과 그들이 처한 공간의 상징성에서 인상적으로 드러난다.

“제 작업들은 오직 제 스스로의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흔적이자 필사적인 다큐멘터리”라고 소개하는 작가 문형태는 “목적이 없는 사람은 슬럼프를 겪지 않으며 기대가 없는 자는 고통을 이겨낸다”고 선문답 같은 화두를 던졌다.

한편 오는 8월 9일 오후 5시에는 음악그룹 ‘뮤직마운트’가 그들의 3집 앨범 ‘풀꽃단상’의 앨범 재킷을 디자인 한 문형태의 전시를 축하하는 공연을 개최한다.

/noja@fnnews.com 노정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