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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 리틀 “한국팬의 열정은 내게 큰 힘”



4년전 오리지널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팬텀(유령) 역으로 관객을 휘어잡은 배우 브래드 리틀이 또 한번 한국을 찾는다. 이번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때문이다. 이미 여러차례 한국어 버전으로 제작돼 흥행한 ‘지킬 앤 하이드’를 브로드웨이 배우들이 직접 공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해외 뮤지컬 배우로는 드물게 오빠 부대를 끌고 다니는 리틀은 오는 8월 28일부터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른다. 최근 파이낸셜뉴스가 요청한 서면 인터뷰에 응한 그는 ‘한국에서 공연을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며 말문을 열었다.

―3년 만에 한국 무대에 서게 된 소감과 당신의 팬들에 대해 말해달라.

▲한국의 팬들은 전세계에서 최고다. 2005년 팬텀으로 예술의 전당 무대에 섰을 때 나에게 열광해준 모습은 수년간 큰 힘이 됐다. 사실 나는 한국에서 영원히 팬텀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솔직히 ‘오페라의 유령’의 팬텀 역할로 돌아오고 싶었지만 여건이 안됐다.

이번 ‘지킬 앤 하이드’ 공연은 한국팬들과의 관계를 지속하기 위한 기회다. 한국팬들이 나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의 온라인 블로그에는 수많은 한국 팬이 가입돼 있다. 인터넷을 통해 그들과 안부를 주고 받는다.

‘지킬 앤 하이드’ 라이선스 공연에서는 배우 조승우씨가 매우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들었다. 나는 언제나 최고의 배우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그들의 것을 모방한다. 그래서 그의 연기를 못 본 것을 무척 아쉽게 생각한다. 하지만 또 다른 느낌의 ‘지킬 앤 하이드’를 선보일테니 여러 각도에서 공연을 즐길 기회가 됐으면 한다

―어릴 때엔 어떤 학생이었나. 배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나.

▲어릴 때 교회에서 늘 남자 소프라노를 솔로로 맡았다. 또래의 남학생들은 노래를 잘하는 것보다 운동에 능한 것을 더 멋있게 여겼다. 그래서 나도 한때 농구선수를 꿈꿨다

물론 운동보다는 노래에 재능이 있었다. 6세 때 아버지가 주연을 했던 ‘카멜롯’이란 작품에 참여하면서 직감적으로 뮤지컬 배우가 되리라고 깨달았다.

재능이 있다고 해서 쉬운 것은 아니었다. 어린 시절부터 앓아온 난독증은 지금도 극복하지 못했다. 매일 매일이 싸움의 연속이다. 한편으론 ‘보통 사람과 다르다’는 점이 보다 섬세하게 캐릭터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한국에선 뮤지컬계 스타가 TV, 영화에 진출하는 일이 많은데 당신은 왜 브로드웨이에만 머무는가.

▲미국 역시 TV나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이 뮤지컬 스타보다 훨씬 유명하고 돈도 잘 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영화배우를 꿈꾼다.

하지만 나는 개인 생활을 매우 중시한다. 길거리를 다닐 때나 집에서 쉴 때마다 팬과 언론의 관심을 받는다면 매우 부담스럽지 않을까. 뮤지컬 배우라는 직업은 무대 위에서만 주인공이고 나머지 생활에선 자유를 줘서 좋다.

또 뮤지컬만 해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분야에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나는 TV나 영화, 소위 연예계 혹은 배우 이외의 영역엔 관심이 없다. 뮤지컬을 제작한 적도 있지만 그것도 적성에 맞진 않았다. 실제로 브로드웨이에서 브래드 리틀이란 인물은 그저 뮤지컬과 연극 공연을 하는 배우일 뿐이다.

―오랜 배우 생활 중 기분 좋았던 일이나 나빴던 일에 대해 들려달라.

▲내가 가장 행복했을 시절은 브로드웨이에서 ‘오페라의 유령’ 공연을 할 때였다. 당시 나는 라울 역을 맡았고 아내 바바라는 뮤지컬 ‘왕과 나’에서 여주인공 아나역을 맡고 있었다. 우리는 매일 저녁 함께 지하철을 타고 각자의 극장으로 갔다. 공연이 끝나면 식당에서 만나 늦은 식사를 하며 그날 관객들의 반응에 대해 이야기 했다.

가장 난감했던 순간은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 예수역을 맡았을 때다. 전지전능한 신의 아들이 아닌 나약하고 고뇌에 찬 예수를 그린 탓에 신도들의 반발이 심했다. 티켓 불매 운동이 벌어질 정도였다.

당시 누군가 나에게 ‘하느님 역할을 하면서 돈을 받는게 정당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대답하기 정말 어려웠다. 하지만 그 역을 다시 주어지면 주저않고 할 것이다.

■브래드리틀은

1964년 뉴욕에서 태어났으며 뮤지컬 배우였던 아버지 폴 리틀의 영향을 받아 6세 때부터 무대에 섰다. 1988년 ‘Anything goes’의 빌리 크로커 역으로 성인 연기자 신고식을 치른 그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주인공 팬텀(유령) 역만 2100번 넘게 해내는 기록을 세웠다.

국내 관객과는 2005년 ‘오페라의 유령’ 내한공연으로 처음 만났다.
이때 많은 팬을 확보한 그는 2006년에는 한국에서 개인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이로써 이번 공연은 세번째 한국 방문이 됐다. 한편 그는 ‘지킬 앤 하이드’에서도 탁월한 기량을 뽐내 ‘브로드웨이 역대 최고의 지킬’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wild@fnnews.com 박하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