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n시론] ‘녹색’여행을 떠나자/고재영 한국환경자원공사 사장

단시간 내 집약적 소비가 이뤄지는 휴가시즌이 왔다. 환경보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생태적 휴가, 즉 ‘녹색 휴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녹색휴가라하면 일반적으로 생태체험, 팜스테이 등 자연과 더불어 느림을 배우는 휴가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녹색휴가’는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녹색실천을 의미하며 ‘폐기물 줄이기’와 ‘탄소 배출량 줄이기’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2006년 전국 주요 피서지 2342곳의 쓰레기 발생량은 4만여 t이었다. 이는 5t 트럭 8400대 분량이다. 그리고 연인원 19만3000명이 이를 수거 및 처리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28억1400만원으로 집계됐다. 각자의 편의를 위해 쉽게 버려진 양심과 쓰레기들은 어마어마한 액수의 경제적 비용을 발생케 한다.

피서지의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 정부의 피서지 쓰레기 규제 정책의 시급한 마련도 필요하지만 정부 정책과 함께 시너지를 양산할 올바른 시민의식을 갖추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빼곡한 올해 휴가 일정의 한쪽 모퉁이에 세계 문화 시민의 ‘녹색’ 계획을 세워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녹색계획 중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폐기물 줄이기’와 ‘탄소 배출량 줄이기’다. 이 두 가지만으로도 ‘녹색’ 충만한 여름휴가를 계획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첫째, 쓰레기를 될 수 있는 한 발생시키지 말고 쓰레기가 할 수 없이 발생했을 때 집에 되가져오는 습관을 통해 피서지에서의 폐기물을 줄이자. 당당한 세계 문화 시민으로서의 자신의 모습은 자녀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는 실천 교육이다. 또한 많은 사람이 쓰고 버릴 요량으로 여행 가방 안을 일회용품으로 중무장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로 피서객 현지 설문조사 결과, 일회용품 사용은 해수욕장에서 96.7%, 산간계곡에서 90.0%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편의를 가장한 환경을 죽이는 행위를 지양해 여행 가방에는 될 수 있는 한 쓰레기가 되는 물건들은 챙기지 말자.

둘째, 자동차 이용을 줄이고 휴가 전 가전제품의 플러그를 뽑아 두는 생활 습관을 통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자. 편의성은 떨어지지만 지구 환경 보호에 집중하는 생활 습관은 몇 백배가 되어 인류의 윤택한 삶에 이바지할 것이다.

가전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때 가동에 대비해 흐르고 있는 전기량을 대기전력이라 한다. 지식경제부 전기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일반 가정의 1년간 대기전력 소모량은 평균 306kwH로 전기요금으로 환산하면 5만1500원에 이른다고 한다. 또한 컴퓨터 본체와 모니터, 프린터 등의 대기전력은 실제 사용량의 10%를 상회하며 많게는 100%에 이르기도 한다. 이러한 대기전력으로 인해 아무도 없는 빈 집에서도 전기는 계속 소모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특히 장기간 외출 시 가전제품의 플러그를 뽑아 대기전력으로 인한 에너지의 손실을 줄이도록 해야겠다.

자동차를 이용한 여행보다는 기차나 버스를 이용한 낭만적 여행을 계획해 보는 것은 어떨까. 어쩔 수 없이 자동차를 이용해 여행지까지 이동했더라도 여행지 안에서 이동할 때는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걷는 것도 좋다. 최근 들어 제주도 올레길 등 걷기 여행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현상은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자동차를 이용한 볼거리 위주의 여행보다는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한 여행은 느리지만 여행지 구석구석, 지역민의 몸짓과 표정 하나하나를 느낄 수 있는 알찬 여행을 선물할 것이다.

집 밖으로 나서면 아껴 쓰기나 재활용에 대한 의식이 확실히 줄어든다. 특히 휴가철의 여행이라는 것은 소비의 성격이 강한 이벤트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이제 나의 편의만을 생각하는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대한민국 국민, 세계인, 자연인이라는 큰 틀에서의 나를 인식하고 세계 속의 문화인으로 거듭나는 휴가철 ‘녹색’ 여행을 떠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