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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컨퍼런스 릴레이 인터뷰] ④ 로버트 웹 버지니아주립대 석좌교수



“시장 규제는 자동차로 치면 ‘안전벨트’와 같다. 규제는 자동차(시장)가 고장났을 때 운전자(시장 참여자)를 지켜줄 수 있는 안전한 방패막이 돼야 한다.”

미국 제3대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가 미국 뉴욕 남부지법에 파산보호 신청을 한 지 1년이 지났다. 전 세계 증시가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던 리먼 사태 1년을 맞아 로버트 웹 미국 버지니아주립대학교 맥인타이어 석좌교수(사진)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시장의 규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봤다. 그는 올해로 7회를 맞은 본지 주최 ‘서울국제파생상품컨퍼런스’에 연사로 참여한 바 있다.

웹 교수는 미국발 서브프라임 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된 것을 ‘정책 착오(policy error)’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시장에 적용할 새로운 규제에 대해 논의하기보다는 적절한 규제를 연구하고 도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나라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 움직임에 대해선 시장가격과 정보의 왜곡을 야기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지난해 말 금융위기 발발 이후 규제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초반엔 규제의 필요성이 부각됐다면 지금은 과도한 규제를 배제해야 한다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는 분위기다.

△정부의 역할은 시장의 자원을 적절히 분배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가격을 거스를 정도의 과도한 규제는 지양해야 한다. 시장가격은 늘 옳다. 가격은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 조작(manipulation)등 예외적으로 시장이 교란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예외적인 상황을 조정해야 한다.

결국 규제의 본질은 시스템이 잘 작동하게 하는 데 있다. 시장을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규제는 ‘브레이크’와 같다.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가속페달(액셀러레이터)가 필요하다면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선 ‘브레이크’가 있어야 한다. 브레이크가 없으면 시장이 폭주할 때 사고가 난다. 하지만 불필요하게 브레이크를 밟는 것도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결국 시장이 잘 작동하게 균형을 지키는 적절한 규제(sensible regulation)가 필요하다.

―현재 미국의 금융시장 규제는 어떤 방향으로 진행 중인가.

△지난해 금융위기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일반인은 물론 국회에서도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지금까지 논의된 내용은 장외거래만 가능했던 신용부도스와프(CDS)를 중앙인 장내시장으로 끌어내 거래를 공개하자는 것과 파생상품을 거래할 때는 포지션에 한도를 두자는 것이 있다. 문제는 이들 규제가 제대로 작동하냐는 것과 시장 여건 개선에 도움이 되냐는 것이다. 실제 공매도(shortselling) 거래제한 규정에 대해서는 무용론이 여전히 많다.

―글로벌 불황의 원인을 정책 실패(policy failure)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서브프라임 위기는 시장 실패(market failure)라고 설명하는데 어떤 차이가 있나.

△우선적으로 나는 정책 실패가 아닌 정책 착오를 지적했다. 물론 지금의 세계적 불황은 미 연방준비이사회의 저금리 정책 탓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서브프라임 위기의 원인을 강조하기보다는 정책 실패로 인해 금융위기의 피해가 커진 것에 주목한다. 영국의 노던록 사태와 미국의 베어스턴스, 리먼브러더스 사태는 기본적으로 미 정부의 정책 착오가 야기한 사건이다.

지난해 3월 16일 미국 5위 투자은행이던 베어스턴스가 JP모건체이스에 주당 2달러, 2만7000여달러의 헐값으로 전격 인수됐다. 불과 이틀 전인 14일에 베어스턴스의 시장 가치가 300억달러에 달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손실이다. 사실 베어스턴스는 단기유동성 문제 해결과 투자자 신뢰만 있었어도 매각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서 지난해 9월 15일 터진 리먼 사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리먼의 파산 부도 결정으로 미국 경제는 물론 글로벌 경제는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세계 각국의 증시는 폭락했고 투자자들은 공황에 빠졌다. 미 당국의 정책착오로 인한 파급효과가 너무나 컸다. 혹자들은 정책 당국자들에게 이 모든 사태를 왜 예견하지 못했느냐고 비난한다. 하지만 일련의 사태들은 사실 예측이 불가능한 사고였다. 정책 착오는 일어날 수 있다. 나는 당국자들에게 더 이상의 리먼 사태를 만들지 말라고 조언한다.

― 한국에서는 최근 여당인 한나라당 의원이 파생상품에 대한 거래세를 제안하면서, 거래세 도입 논쟁이 뜨겁다.

△사람들은 가격에 가장 민감하다(price-sensitive). 수많은 사람이 북적이는 할인매장을 찾는 것도 싸게 살 수 있다는 ‘가격’ 메리트 덕분이다. 하지만 세금이 높아지면 시장 가격이 높아진다. 문제는 비단 가격 때문만이 아니다. 시장에서의 거래는 일종의 정보와 같다. 내가 얼마에 사고 다른 사람이 얼마에 팔았는지가 모두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일종의 ‘정보’다. 세금으로 인한 거래 축소는 결국 시장 내 정보 축소를 야기한다. 시장 참여자들에게 풍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시장 위축은 또 부수적인 문제점을 낳는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증권거래세를 내는 나라는 많지 않다.
대만과 중국이 가장 큰 예인데 지난 2007년께 상하이 증시에 대해 거래세를 도입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상하이 증시는 무려 8.8%가량 급락했다. 전체 GNP의 10%에 달하는 시가총액이 ‘거래세’라는 이유때문에 허공으로 사라진 셈이다. 시장에서 세금은 많을 수록 손해다.

/mjkim@fnnews.com 김명지기자·공동기획=한국거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