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도시마 이쓰오/랜덤하우스)
제목은 본문에 나온다. ‘금의 세계는 세계 경제를 비추는 거울’(174쪽)이 그것이다. 32년간 스위스은행 귀금속 딜러, 세계금협회(WGC) 한·일 지역 대표이자 금 분야의 일인자로 통하는 도시마 이쓰오가 책의 저자다.
저자는 이 책에서 솔깃한 금 투자법을 권유하거나 금값 상승에 대한 환상을 부추기지 않는다. 다만 세계 정치와 경제 동향이 금값에 어떤 영향을 끼쳐 왔는지 실증적으로 제시하며 독자로 하여금 금시장과 세계 경제에 대한 안목을 키울 수 있도록 잘 안내할 뿐이다.
이를테면 “금이 돈이 좀 됩니까?”(186쪽)라는 질문에 직접적인 견해를 밝힌다. 즉, 시장의 유동성은 “참가자들이 모두 얌전해서는 절대로 생기지 않는다”는 식으로 답변한다. 시장의 유동성은 겉으로 예의 바른 척해서는 안 되고 어느 정도 무례할 필요가 있다는 식이다.
또 있다. 이라크 전쟁 발발 직전 중동 지역의 불안을 감지한 유대인 트레이더들이 금을 매입하다가 막상 전쟁이 터지자 뒤늦게 금시장에 합류한 개인 투자자들에게 고가에 매도한 사례(250쪽)와 만나면 유사시에 금을 산다는 발상의 어리석음에 대해 깨닫게 된다. 이처럼 유사시에 금을 샀다가 낭패를 본 개인 투자가의 사례를 통해 세계 경제를 바로 이해할 것을 주문하는 식이다.
한 마디로 책은 복잡한 금시장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입문서로 가치가 충분하고 탁월하다. 일반인도 얼마든지 금 가격 상승의 배경(1장)을 참고할 수 있고 국제통화제도(2장)와 금본위제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공부할 수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런 것이다.
“2001년 9월 11일 미국 동시 다발 테러로 주식과 채권, 달러, 원유 등 모든 상품이 폭락하는 가운데 금만이 급등세를 나타냈다. 하룻밤 사이에 유사시에 달러에서 유사시에 금으로 다시 바뀐 것이다. 그 해에는 엔론의 파산과 아르헨티나 채무 불이행 사건 등 시장의 신용 리스크를 높이는 사건도 잇따랐다.”(21쪽)
무엇보다 책을 읽는 재미는 금시장을 뒤흔드는 플레이어들(3장)일 것이다. 금시장에는 다양한 선수들이 참가하고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어서다. 특히 ‘일본에서도 주목받는 금 거래’(4장)와 만나면 흥미진진은 갈수록 더해진다. 금시장에 대한 거시적 안목을 키우려면 금시장을 움직이는 나라들(5장)은 좋은 참고서가 될 것이다. 다양한 에피소드와 외부에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금시장의 실태가 그야말로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이뿐만 아니다. 향후 금시장의 변수들(6장)까지도 자세히 논한다. 참고로 ‘해제’는 꼭 읽어봄직하다. 한눈에 세계 경제 판도을 읽을 수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세계를 읽는 키워드로 달러화와 위안화, 그리고 세계 금시장에서 주목되는 변수로 왜 중국이 떠오르는지 금 전쟁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금은 돈이 있는 나라로 몰린다.”
금은 돈이 있는 지역의 냄새를 맡고 모여드는 습성이 있다고 하는데, 책을 읽으면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화들짝 놀라게 되는 대목을 꼽자면 이런 것이다. “금 가격이 상승해 개인 투자가가 가지고 있던 금을 파는 것은 합리적인 투자 행동이다. 그러나 나라 전체를 놓고 보면 희소자원인 금을 수출해 중국 등에 팔아넘기는 결과가 되고 있다.”(143쪽)
앞으로 자원 전쟁은 심각할 듯하다.
자살골을 넣는 현상을 미연에 방지할 필요가 있다. 어쨌든 책은 세계 최대 금 생산국의 지위를 내준 남아프리카공화국, 금을 보유하기보다는 재활용해서 수출하는 데 급급한 일본, 얼마 되지 않던 금을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을 통해 모두 수출해 버려 창고가 텅 빈 한국, 세계 최대 금 소비국 인도, 최대 금 생산국으로 떠오르는 중국, 상당 분량의 금을 비공개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중동의 나라들. 책은 세계 경제의 향방을 금시장으로 접근해 분석한 점 등이 돋보인다. 이 책을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이유다.
/심상훈 북칼럼니스트·작은가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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