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 연장 298m에 달하는 전남 목포의 해상보행교는 지난 2008년 4월 목포시에서 갓바위 감상을 위해 설치한 것으로 물에 뜰 수 있는 원리를 이용해 만들어져 있다. 이 다리 위에 서면 갓바위가 손에 잡힐듯 가깝게 와닿는다. |
버스에서 내려 무작정 걷기보다는 한 호흡 쉬어간다는 의미에서 해양문화재연구소를 먼저 둘러보는 것도 괜찮다. 문화의 거리로 불리는 이 주변에는 문화예술회관을 비롯해 문예역사관, 자연사박물관, 생활도자박물관, 목포문학관 등이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옹기종기 모여 있다.
해양문화재연구소는 목포 인근 해역에서 건져 올린 유물만을 모아 전시하는 곳이다. 대표적 유물은 선박으로 이곳에는 두개의 배가 복원 전시돼 있다. 11세기 고려시대 배인 완도선과 14세기 중국 무역선이었던 신안선이다. 완도선은 우리 전통 바다배로서는 가장 오래된 실물 배이기도 하다. 또 마르코폴로와 이븐 바투타 등 서양 여행가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중세 중국의 원거리 항해 무역선 신안선도 볼거리다.
이곳을 빠져 나오면 본격적인 걷기의 시작이다. 짧은 해안도로를 따라 200여m를 걸으면 갓바위(천연기념물 제500호)를 알리는 이정표가 보이고 이를 따라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갓바위 해상보행교가 바로 나온다.
▲ 산이라 부르기에 민망할 정도로 나지막한 입암산 등산로를 여행객이 오르고 있다. |
보행교 아래는 그야말로 천연 수족관이다. 교각이 없다 보니 온갖 종류의 물고기들이 다리 밑으로 훤히 들여다보인다. 요즘은 새끼 학꽁치들이 가장 많이 눈에 띈다. 지난 여름 알을 깨고 나온 녀석들인데 그 크기가 벌써 어른 손가락 만하다. 기다란 주둥이가 인상적인 새끼 학꽁치 주위로는 먹잇감을 노리는 전어들도 떼를 지어 돌아다닌다. 보행교를 지나면 바로 유람선 선착장이 나오고 선착장 옆 달맞이 공원에서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은 입암산 등산로, 오른쪽은 평화광장 해안산책로다.
먼저 입암산부터 올라보는 게 좋겠다. 이 산은 산이라 부르기에 민망할 정도로 나지막해 오르기에 부담이 없다. 높이가 120m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산이 낮으니 큰 힘들이지 않고 정상에 오를 수 있고 육산(肉山)과 골산(骨山)의 매력도 두루 갖추고 있어 짧은 산행으로 두개의 산을 오른 듯한 만족감을 얻을 수가 있다. 산행은 유람선 매표소를 지나 제법 가파른 계단에서 시작한다. ‘갓바위 등산로’라는 글이 새겨져 있는 이곳 계단이 입암산 등산로의 초입이다.
계단을 오르면 전형적인 육산의 모습이 펼쳐진다. 처음 얼마간은 우락부락한 바위들도 군데군데 보이지만 길은 이내 순해진다. 편하게 이어지던 길이 갓바위 터널 위를 지나면서 둘로 나뉜다. 오른쪽 길은 여전히 완만하게 이어지지만 왼쪽 길은 나무와 바위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아 꽤 험하다. 대신 길 옆으로 안내판이 하나 세워져 있는데 ‘바위 구간이어서 위험하니 우회하라’는 내용이다. 이 길이 해양문화재연구소 밑에서 한참을 바라봤던 그 암봉으로 오르는 길이다. 바위 구간을 지나는 이 길도 입암산의 정식 등산 코스 중 하나로 실제로 많은 사람이 이 길을 통해 산에 오른다. 골산의 매력을 느껴보고 싶은 여행객이라면 한번쯤 도전해 보는 것도 좋겠다. 하지만 일부 구간에선 밧줄을 잡고 올라야 할 정도로 경사가 심하기 때문에 등산화 장비 등을 갖추지 않으면 위험하다.
우회로를 따라 암봉에 오를 수 있는 길도 있으니 무리해서 바위 구간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산허리를 돌아가는 오른쪽 길은 입암산의 두 봉우리가 만나는 능선 구간을 앞두고 잠깐 가파르게 이어진다. 갓바위에서 능선까지는 약 1.3㎞. 능선에만 올라도 시야는 무척 시원하다. 발아래 문화예술회관이 내려다 보이고 그 뒤로 목포 앞 바다가 펼쳐진다. 능선에서 다시 한 번 길이 갈리는 데 우측 봉우리가 입암산의 정상이다. 능선에서 정상까지는 약 300m. 종주가 목적이라면 이곳에서 이로동주민자치센터 이정표를 따라 해양문화재연구소까지 걸어보는 것도 괜찮다.
이정표가 있던 능선에서 정상쪽이 아니라 왼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암봉으로 길이 이어진다. 암봉으로는 몇 개의 바위틈을 비집고 짧은 철제 계단도 올라야 하지만 그렇게 힘든 코스는 아니다. 오르다 보면 저 멀리 영산강 하구둑에서 남항까지의 목포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고개만 돌리면 오밀조밀 아파트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목포 하당 신도시도 발 아래 펼쳐진다. 내려오는 길은 입맛따라 선택하면 된다. 입암산 정상에서 이로동주민자치센터를 거쳐 해양문화재연구소로 내려오는 길도 있고 편하게 왔던 길을 되짚으며 내려오는 방법도 있다.
/dksong@fnnews.com 송동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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