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가 부동산 매매계약 체결 당시 자격이 없는 직원을 대리인으로 세웠더라도 거래과정에 개입한 점이 입증되면 공인중개사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항소심 판단이 나왔다.
의정부지법 형사항소2부(재판장 박인식 부장판사)는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거래신고에 관한 법률(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황모씨(45)에게 유죄 판결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공인중개사인 황씨는 지난 2007년 3월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모 단독주택 매매계약서를 작성하는 자리에 자신 대신 직원인 나모씨를 중개인으로 내세워 계약을 체결했다가 공인중개사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현행 공인중개사법 7조 1항은 공인중개사가 다른 사람에게 자기의 이름을 사용해 중개업무를 맡기거나 자격증을 양도 또는 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1심은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황씨에게 벌금 100만원, 나씨에게 벌금 150만원의 선고유예 형을 각각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비록 황씨가 매매계약 당시 무자격자인 직원에게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게 했지만 매매가 성사되는 과정에 실질적으로 개입한 점이 인정된다며 원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공인중개사법 제7조1항이 금지하고 있는 자기의 성명을 사용해 중개업무를 하도록 한 행위는 타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명의를 사용해 그 사람이 공인중개사인 것처럼 중개업무를 하는 등 자격증 자체를 빌려주는 자격증 대여행위에 준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황씨는 1년동안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면서 사무실 임대료 등 운영비용은 본인이 지출했다”며 “황씨가 매수인과 계약조건을 협의했던 사실도 있고 사무소를 폐업하기로 하고 지방으로 이사를 한 상태에서 갑자기 매수인이 매수이사를 밝혀 급하게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cgapc@fnnews.com최갑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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