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처음으로 3·4분기 상장사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플러스 성장을 기록, 경제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고 한다. 위기극복을 위해 추진한 재정효과와 환율효과, 그리고 기업의 구조조정 노력 등에 힘입은 결과다. 경제위기의 벼랑끝까지 몰렸던 우리 경제가 단기간 내 회복세로 돌아선 방증으로 일단은 반가운 일이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사협의회가 18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법인 570개사의 3·4분기 실적을 집계한 결과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32.5%, 163.3%가 증가했다. 지난 1·4분기와 2·4분기의 상장사 영업이익은 각각 56%, 31%가 감소했고 순이익도 81%, 2%가 각각 준 것과 비교하면 괄목한 만한 성장이다. 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세로 접어든 게 아니냐는 판단을 내릴 만하다. 부분적이지만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고 국제경제예측기관들이 우리 경제 전망을 밝게 보고 있는 것도 타당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성장의 내용이나 4·4분기 이후의 전망, 그리고 국내외 경제여건을 보면 경제위기 극복의 샴페인을 터트릴 상황은 분명히 아니다. 경기회복의 지렛대로 작용한 재정과 감세효과는 이미 약효를 다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속적인 하락세에 있어 수출 확대를 견인했던 환율효과 역시 한계에 도달했다. 유가와 비철금속 등 국제 원자재값이 상승세에 있는 것도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복병이다.
특히 미국의 중고차 보상제가 끝나고 경기부양에 정책 역량을 집중했던 중국이 ‘미세 조정’에 들어감에 따라 국내 기업의 실적 위축은 불가피하다. 우리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90%에 달하는 만큼 거대 수출시장인 미국과 중국의 시장 변화는 그 만큼 수출에 타격을 입게 마련이다. 이 같은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으로 볼 때 향후 우리경제 전망은 3·4분기 실적을 상회하거나 유지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지금은 위기를 극복한 것 같은 상황에 안주할 때가 아니다. 미국이 일자리, 유가, 주택, 자동차, 소매, 주가 등 6대 경제지표의 악화를 들어 더블 딥의 우려를 제기하는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경기침체의 터널을 빠져 나가기 위한 주마가편의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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