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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인류애의 시험무대 아이티

눈물과 탄식 없이는 볼 수 없는 아이티 강진 피해가 연일 TV 화면을 장식하고 있다. 예측되는 사상자 수는 어느덧 10만명에서 20만명으로 껑충 뛰었다. 이미 생지옥을 이룬 이 곳에 다시 2차 강진이 엄습할지도 모른다는 예보도 있다. 남한의 4분의 1 면적에 주력 산업이래야 커피와 설탕 농업밖에 없는 아이티는 전 도시가 폐허로 변한 채 국제사회의 온정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당장의 응급복구가 우선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현지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고 대규모 지진 피해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과거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 가난을 극복한 나라로서 우리가 도움을 줄 방법을 적극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추가 긴급 구호자금으로 민관합동으로 1000만 달러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의 이런 언급이 아니더라도 6·25전쟁이 일어난 지 60년 만에 ‘원조받는 나라에서 원조 주는 나라’로 변모한 한국으로서는 아이티 지원에 적극 나서야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 특히 한국도 지진 안전국이 아니라는 전문가들의 판단을 존중한다면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입장에 서야 한다. 최근 소방방재청은 만약 아이티와 같은 진도 7.0의 강진이 서울에서 발생한다면 전국적으로 67만여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시신 수습과 침식 제공, 질서 회복 등 초기 단계의 구조활동이 끝나는 대로 카리브해의 최빈국 아이티를 정상적인 국가로 재건하자는 움직임이 국제사회에서 일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6일 아이티 기금 기부를 호소하면서 “앞으로 수개월, 아니 수년 동안 지원 노력이 전개돼야 한다”며 중장기 지원을 강조했다. 프랑스는 아이티 재건을 위한 국제 공여국 회의 개최를 제안했다.


국제사회의 중장기 재건 계획이 빛을 보려면 구호 기금의 효율적인 사용과 아이티정부의 부패 척결 그리고 대외채무에 대한 부채탕감이 필요하다. 아이티는 지난해 7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대외채무 12억달러를 탕감받았지만 아직도 연간 5000만달러씩 더 갚아야 된다. 단기 구호건 중장기 재건이건 아이티는 인류애를 시험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