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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상엽/외계인의 눈물/유리,플라스틱 |
“우와∼저것봐, 종이박스가 움직여….” “와우, 향기가 좋은데, 이건 비누로 만들었나봐.”
지난 주말, 삼삼오오 짝을 이루며 전시를 관람하는 중·고등학생들은 발길을 옮길때마다 탄성을 지르며 신기함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시립미술관 본관 전시장 1층에서 열리고 있는 ‘조각적인 것에 대한 저항’전이 눈길을 끌고 있다. 난해한 제목과는 달리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재료로 이뤄진 조각설치 작품전이다.
천장에 매달린 커다란 알집같은 작품은 숯으로 만들었고, 전기 콘세트가 수 없이 연결된 작품은 마치 거대한 뼈조각으로 보인다. 와인잔 그림자는 외계인 얼굴로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이 전시에는 종이, 비누, 크레용, 시멘트, 비닐, 유리컵등 버려진 오브제나 부드러운 물질의 속성을 이용해 만든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기존 전시장에서 거대한 조각상이 보였던 조각,설치전과는 딴판이어서 관람객의 호응도가 매우 높다.
“앤디워홀전을 보러왔다가 우연히 들렀는데 무척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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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유경/큐브먼트/종이 방수포, 선풍기 |
미있다”는 20대 여성 관람객은 “삶이 곧 예술이라는 앤디워홀전을 봐서인지 일상생활 작품으로 이뤄진 이 조각·설치전이 더욱 쉽게 다가와 놓치면 아까운 전시”라고 말했다.
전시를 기획한 시립미술관 김우임 큐레이터는 “오늘날의 미술에서 조각과 회화, 입체와 평면의 장르적 경계는 희미해져 버린 지 이미 오래”라며 “안정적이고 덩어리로서의 전통조각 개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번 전시는 동시대 미술의 실험적 경향을 조망하고 조각적 실험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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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nishi/무제(비닐주머니)/600×500×420cm |
전시는 조각적 상태에 따른 3개의 섹션으로 나눠 조각, 설치, 영상등 50여점이 소개됐다.
물성과 순수 조형원리에 따라 작업해온 이전 세대 작가들과는 이번 전시에 참가하는 작가들은 사소한 일상과 보이지 않는 감각을 통해 변화무쌍한 현대미술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참여작가는 강해인, 길초실, 김건주, 김시연, 류제형, 박선기,박원주, 박혜수, 오귀원, 오유경, 오정선, 윤성지,이강원, 전강옥, 정 승, 차상엽, 채지영, 천영미, 최종운, 홍순환, 홍유영, Onishi Yasuaki 등 총 22명이다. 전시는 2월 16일까지. (02)2124-8935
/hyun@fnnews.com박현주 미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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