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 캐릭터가 움직이는 모션이 바로 제가 지금 하는 움직임이에요. 캐릭터 움직임에 제가 녹아 있는 거죠."
넥슨 마비노기 영웅전 팀의 리드 애니메이터인 김덕영씨(32)는 개발자가 직접 모션 캡처 슈트를 입고 캐릭터 움직임을 만든 이례적인 사례다. 모션 캡처란 사람이 특별히 개발된 센서가 달린 슈트를 입고 움직이면 공간 속 사람의 위치를 추적해 인체의 움직임을 데이터로 만들어내는 기술로 전문 연기자들이 촬영하는 것이 보통이다.
왜 개발자가 직접 나섰을까. "제가 몸을 움직이는 걸 워낙 좋아해요. 그리고 시간당 몇십만원 들여야 하는 전문 배우보다 오히려 머리에 이미지를 품고 있는 제가 '게임에서 바라는 움직임'을 더 잘 표현할 것 같았거든요. 실제로 이런 동작을 통해 어떤 의미를, 어떤 느낌을 나타내고 싶어하는지 아니까. 촬영 후에 데이터를 정리하는 작업도 수월해지고 시간도 단축되죠."
그가 연기한 플레이어 캐릭터들은 대부분 '몸짱'이다. 개발자라면 허약할 것이라는 '편견'과는 달리 김덕영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무술을 통해 몸을 단련한 근육질 몸매다. 실제로 그가 보유한 '단증'만 해도 태권도, 합기도, 검도 등 여러 가지다. 특히 복싱, 검술, 봉술 등 못하는 무술이 없을 정도인데다 탄탄한 몸매를 갖춰 액션게임의 캐릭터를 연기하기엔 적합했다고 한다.
본래 군인인 아버지를 본받아 경호원을 목표로 해왔다는 그는 대학교 재학 중 무릎 부상으로 인해 꿈을 바꿨고 그림을 좋아하던 성향을 살려 애니메이터의 길을 걷게 됐다고 했다. 넥슨에 입사한 것은 지난 2006년. 모션캡처는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마비노기 영웅전에서 그가 연기한 데이터는 리시타, 피오나 등 이용자들이 플레이하는 모든 캐릭터다. 영화 방식으로 게임 내 삽입된 프롤로그의 캐릭터들, 서 있을 때 숨을 몰아쉬고 주변을 둘러보는 게임 내 캐릭터를 바라보며 김씨는 "저게 사실은 나야 나"라는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게임의 재미 30% 이상은 저희 애니메이터들이 만든 캐릭터의 움직임과 손맛에서 나온다는 자부심이 있다"며 "캐릭터들이 앞으로 어떤 움직임을 보여줄지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fxman@fnnews.com 백인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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