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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이규현 “그림 쇼핑 아직도 안해보셨어요?”

▲ 그림쇼핑2 (이규현 지음/앨리스)
여자라면 그런 경험있다.백화점 쇼핑에 나선길,우연히 본 가방, 옷, 신발에 마음이 뺏겨 갈등한다.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옷이 없는 것도 아닌데, 가방이 없는 것도 아닌데…, 돌아서는 순간부터 눈에 밟히기 시작한다. 이미 뺏긴 마음은 충동질을 자극하고 아무리 시크한척 해봐도 어느새 발걸음은 깃털처럼 가볍게 매장앞에 서있다. 점원의 친절한 미소는 보너스, 절로 열린 지갑이 얼마나 고맙던가. 쇼핑백을 어깨에 둘러메고 나오는 발걸음은 런웨이를 걷는 것 만큼 황홀하고 우아하다.

“괜히 샀어…, 괜히 샀어” 후회할지라도 눈에 밟힌 물건, 그냥 두고 오는 여자 많지 않다.

그런데, 아, 그런데, 그것이 ‘그림’이라면 당신은 어쩔것인가.

우연히 본 그림이 마음을 떠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2006년 ‘그림도 쇼핑’이라고 주장했던 이규현씨는 “우연히 본 그림이 마음을 떠나지 않는다면 이제, 그림 쇼핑에 나서야 할때”라고 쉽게 말한다. 마치 백화점에 옷사러 가자는 것 처럼 “그림 쇼핑하러 가실래요?”라며 당돌하다.

조선일보 문화부기자로 활동하다 퇴직하고 2년전부터 미국뉴욕에서 살고 있는 저자 이규현이 최근 영화속편처럼 ‘그림 쇼핑 2’탄을 최근 출간했다.

이 책에서도 저자의 단순함은 하늘을 찌른다. “그림쇼핑도 마음먹기에 따라 옷이나 가구처럼 쇼핑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그림이 한두푼하는 것도 아닌데, 갤러리 문턱을 넘기도 조심스런 마당에 ‘그림 쇼핑’ 가자고 당당하니,할 말은 없다.

실제로 우연히 본 그림이 마음을 떠나지 않을때 당신은 어떻게 하는가.

보통 쉽게 구할수 있는 인쇄된 이미지를 벽에 붙이거나, 팜플릿을 가슴에 안고 나오는 수밖엔 없다. 하지만 복제된 이미지는 마음이 움직인 감동을 다시 불러일으키기엔 부족하다.

그러면서도 그림을 살 생각은 쉽게하지 못한다. 왜? 가격이 비싸니까. 왜?그림은 입고 들고 다닐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이규현의 책을 읽으면 왠지 자신감도 생긴다. 한번 해보고 싶은, 사고 싶은 욕망을 간지럽힌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아는 것이 힘’이라고 했던가.

이 책은 그림을 살까말까 망설이는 당신에게, 그림을 갖고 싶은 당신에게 “미술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일단 한번 읽어봐”라고 손을 내민다.

우선 현대미술시장에서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왜 ‘행복한 눈물’이 그토록 비싸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는지,미술시장을 움직이는 경매회사의 뒷이야기와 경매사들 이야기도 풀어놓았다.

또, 알다가도 모르겠는 그림값을 좌우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꼭 집어 설명한다.

불황이라도 미술품의 최고 낙찰가기록가는 왜 계속 깨지는지등 그림이라는 상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수많은 요소들을 하나하나 짚어준다.

그림쇼핑에 나선 이들을 위한 본격 가이드 역할을 해주는 이 책은 그림을 소유한다는 것의 즐거움과 기쁨에 대한 수다를 같이 공유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누군가 “살림살이 나아졌냐”고 묻는다면, 자랑스럽게 ‘그림 쇼핑’했다고 말할 수 있는 당신을 기대한다면 오버일까.

망설이는 당신에게 저자는 말한다.


“미술 컬렉터는 대단한게 아니며 누구나 될 수 있다. 한 예술가가 혼을 불어 넣어 만든 예술작품을 소유하게 되면 누구나 똑같이 가슴이 벅차오를 것이다. 바로 이런 기쁨이 그림 쇼핑으로 사람들을 이끄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림 쇼핑은 미술을 사랑하는 가장 열정적인 방법이다”

/ hyun@fnnews.com 박현주 미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