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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이사람] 첫 재일동포 출신 윤건인 하나은행 도쿄지점장

【도쿄(일본)=안대규기자】 “어려워진 기업에 대해 은행이 쉽게 대출을 회수하고 거래를 끊어 버리는 것은 오히려 장기적으로 은행 손해입니다.”

국내 최초 현지인(재일동포) 출신 지점장인 윤건인 하나은행 도쿄지점장(사진)은 이처럼 고객과의 ‘신뢰’를 강조한다. 윤 지점장은 “기업과의 신뢰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깨진 기업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 오히려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은행들이 어렵다고 쉽게 대출을 회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하나은행 도쿄지점의 대출 자산은 일본인 현지 기업대출이 65%고 한국계 기업이 35%다. 대다수 동포기업 상대 영업에 열을 올리는 국내 은행의 외국 지점과 달리 현지 기업대출이 많은 것은 재일동포 출신으로 현지 네트워크가 많은 윤 지점장 때문이다.

그래도 윤 지점장은 “(일본 금융권이) 저금리환경이고 선진국인 관계로 돈 벌기가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외국계 금융기관엔 일본 은행권은 ‘철옹성’이다. 이때까지 정식 법인으로 허가를 받은 외국계은행은 미국계 씨티그룹, 한국 신한금융지주의 SBJ은행뿐이다. 그만큼 보수적인 금융감독에다 저금리 기조로 일본 금융시장에서 외국계은행으로 영업을 통해 높은 수익을 내기에는 여러 어려움이 많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에도 오히려 하나은행은 현지화 경영을 기치로 야심차게 시장개척에 나섰고 그 중심에 윤 지점장이 있었다.

윤 지점장은 하나은행 도쿄지점의 개척 멤버다. 지난 1974년 만들어진 현지 사무소가 지난 1983년에 지점으로 승격된 하나은행 도쿄지점은 윤 지점장이 은행원으로 입사해 지점장이 될 때까지 일평생 열정을 쏟은 곳이다. 윤 지점장은 재일동포 3세로 도쿄에서 태어나 도쿄한국인학교를 나와 고려대를 1978년에 졸업했다. 고교 재학시절 한국에서 당시 해외교민을 상대로 국비장학생 선발 제도가 있었는데 그 장학생으로 선발돼 고려대에 진학했다. 윤 지점장은 현재 일본 도쿄 내 고려대 교우회 등에서도 활발히 활동하는 등 현지인뿐만 아니라 한국 동포들과도 폭넓은 인맥을 구축하고 있다.

현지 동포들이 윤 지점장을 신임하는 이유는 뭘까. 어려울 때 변치 않는 믿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도쿄지점은 지난해 일본 내에서 유동성 경색이 닥쳤을 때 금융위기에 빠진 기업들을 돕는 통장 갖기 운동을 한국 대사관과 펼쳤다. 일본 내 한국 동포들의 수신을 적극 유치해 그 금액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동포 기업들을 지원해 준 것이다.
특히 그 수익금마저도 하나은행은 도쿄한인학교에 기증했다. 윤 지점장은 “모교인 도쿄한인학교에 수익금을 기증해 감회가 남달랐다”고 밝혔다.

향후 포부를 묻자 윤 지점장은 “현지화를 중심으로 해외 진출에 강한 면모를 보이는 하나은행에서 가장 모범 해외지점 사례로 꼽힐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발휘하겠다”고 말했다.

/powerzanic@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