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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JLPGA의 ‘억지춘향’/이지연기자

2010 밴쿠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에서 벌어졌던 억울한 오심 논란이 골프계에도 재현됐다.

지난 14일 일본 시코쿠 고치현 토사CC(파72·6262야드)에서 막을 내린 ‘요코하마 타이어 골프토너먼트 PRGR 레이디스컵’ 최종 라운드. 18번홀까지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잡아내며 2위에 1타차 1위(12언더파 204타)로 경기를 마친 박인비(22·SK텔레콤)는 경기가 끝난 뒤 뒤늦게 2벌타를 받고 공동 준우승에 머물러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판정을 들춰보면 석연찮은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날 경기가 끝난 직후 경기위원회에 항의를 한 선수는 동반 플레이를 펼쳤던 미에 나카타(일본). 경기 현장에 없었던 경기위원은 일본 선수의 말을 들은 이후 비디오 판독을 통해 박인비에게 2벌타를 부여했다.

경기위원회에서 박인비에게 내린 판정은 1번홀(파4) 그린에서 연습 스트로크 도중 클럽 헤드가 지면을 건드리면서 플레이 중인 볼을 움직이는 원인(골프 규칙 18-2a)을 제공했다는 것. 박인비는 볼에서 한뼘 정도 떨어져 연습 스트로크를 한 뒤 어드레스를 하려는 찰나 바람이 불어 볼이 자연스럽게 움직였다고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이날 내려진 판정은 비디오 판독 후 내려진 것이라고 했지만 문제의 비디오는 왼쪽 후방에서 촬영됐고 퍼터 헤드가 지면에 닿았는지 여부 역시 확인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JLPGA 투어는 지난 1985년 구옥희(54)가 기분레이디스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이후 해외 진출의 물꼬를 텄던 무대. 한국 자매들이 그동안 94승이나 합작했으며 최근 미국프로골프투어(LPGA) 투어가 경기 불황 여파로 투어 수가 줄어들며 인기가 시들해진 반면 한국 자매들이 선호하는 무대로 인기가 급상승했다.

이를 입증하듯 올해에도 20여명의 한국 자매들이 활동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한국 자매들이 활약이 이어질 수록 일본 골프계의 견제 아닌 견제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JLPGA 투어 1호 진출자인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구옥희 부회장은 “박인비의 상황은 벌타가 주어질 상황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 “어느 투어나 텃세는 존재하지만 일본은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이라는 편견에 맞서야 하는 상황이 좀 더 심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상황 앞에서 망연자실했던 박인비는 하루가 지난 뒤 “지난 일을 잊고 앞으로 남은 투어에 주력하겠다”고 결과를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씁쓸한 뒷맛은 남는다. 어떤 경기에서든 일단 심판의 판정이 내려지면 그만이고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고도 한다. 하지만 해마다 해외 투어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한국 자매들이 더 이상 이런 억울한 상황을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asygolf@fnnews.com 이지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