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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허리’ 무너진다

건설업계의 '허리'가 무너지고 있다. 민간주택과 공공건설에서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 건설사들이 잇따라 기업회생절차 개시(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중견 건설사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미 경남기업, 월드건설, 동문건설, 우림건설 등 중견 건설사들이 워크아웃에 들어간 데 이어 상떼빌로 유명한 성원건설과 전남의 유력 건설사인 남양건설과 금광기업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들 업체가 줄줄이 경영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것은 무리한 사업확장과 사업편식(포트폴리오 구축 실패)이 주요인이라는 분석이다. 덩치에 맞지 않게 다른 산업 진출을 시도하다 자금난에 몰리거나 건설업종 내에서 주택 등 한 분야만 고집하다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알짜 중견 건설사도 '위기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영난에 봉착한 중견 건설사는 주택전문뿐만 아니라 토목 위주의 알짜 회사로까지 확산됐다.

건설업계 시공능력순위 46위로 전남지역을 대표하는 금광기업은 시공능력 평가액이 6990억여원(토건 기준)이다. 이 회사는 호남권을 중심으로 공공 토목공사에 집중하면서 예전부터 '알짜' 건설사로 불렸다. 하지만 조선업에 진출하면서 자금난에 몰린 데다 300억원 규모의 대전 오류동 주상복합아파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원리금 상환 등이 겹치면서 최근 기업회생절차개시(법정관리) 신청에까지 이르게 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금광기업은 건설업만 영위했다면 살아남았을 텐데 무리하게 조선업에 진출해 자금난을 불러왔고 과도한 주택사업 PF자금이 문제가 돼 위기로 내몰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견 건설사인 A사는 최근 하도급업체에 하도급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부도설에 휩싸였다. 이 업체는 교회와 학교 건물을 전문으로 짓는 회사로 최근 수도권 재건축 사업에 진출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PF 우발채무가 많은 데다 갑자기 영업이익이 감소하고 악성 미분양이 많은 건설사들은 요주의 대상으로 분류해 놓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 처한 중견 건설사가 10여곳에 이른다"고 말했다.

부도 건설사도 올 들어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부도가 난 건설사는 37개사로 전달에 비해 15개사나 늘었다. 지난해의 경우 부도 건설사가 월평균 30개 정도였다.

■무리한 확장·포트폴리오 실패가 원인

한때 잘나가다가 '좌초'한 중견 건설사들은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고 편식(포트폴리오 실패)을 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성원건설은 상떼빌 아파트 미분양에다 리비아 토브룩신도시 등 무리한 해외사업 추진이 결정타가 됐다. 공공공사 위주로 사업을 벌였던 남양건설도 충남 천안 두정지구 등 주택사업으로 사세를 확장하면서 빌렸던 PF자금이 문제가 돼 발목을 잡혔다.

현대건설 김중겸 사장은 "건설업체는 크게 관급공사와 해외공사, 주택사업을 함께 하는 그룹과 관급공사만 하는 그룹, 주택사업만 하는 그룹으로 나뉘는데 가장 문제가 되는 곳은 주택사업만 하는 중견 건설사들"이라면서 "이들 업체는 리스크 분산을 위한 포트폴리오를 시급히 재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견 건설사 '가늘고 길게 살자'

경북의 B 건설사 사장은 "주택사업은 한번 잘하면 '대박'을 터뜨리지만 불황일 때는 회사를 벼랑으로 내몰수 있기 때문에 규모는 작지만 실속 있는 관급공사 수주에 '올인'하고 있다"며 "1년에 관급공사 3∼4건만 수주하고 건물 임대료 등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주택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알짜' 부대사업에 눈을 많이 돌리고 있다. 기본적으로 공공공사 수주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공공공사 역시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수주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금흐름이 좋은 건물 임대업이나 골프장 등 부대사업을 통해 경영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 남화토건(무안CC), 호반건설(스카이밸리CC), 금강주택(금강센테리움CC), 강산건설(센추리21CC), 반도건설(유보라CC) 등은 골프장 운영으로 연간 수십∼수백억원의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는 워낙 포트폴리오가 잘돼 있어 불황에도 흔들리지 않지만 중견·중소 건설사는 경기에 민감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공공공사를 수주하면서 건물 임대업이나 골프장 등 부대사업도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shin@fnnews.com 신홍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