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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장기전략이 꽃피운 나노기술/이조원 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단장

'세계 최초 40나노 32기가 낸드플래시 핵심기술로 103억원의 기술료 확보.'

지난 2000년 10년 장기사업으로 출범한 교육과학기술부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사업의 일환인 '테라급나노소자 개발사업단'의 성과다.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사업은 우리만의 강점 기술을 전략적·선택적으로 집중 개발함으로써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고자 정부가 나서 추진해온 국가 장기 대형 연구개발사업이다.

테라급나노소자 개발사업단은 테라 단위의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할 수 있는 테라급 반도체 시대의 도래를 예언하고 '테라급 나노소자 TEG(Test Element Group) 개발'이라는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장기적 안목을 갖고 단계별 목표 및 전략을 수립했다.

사업단은 총 3단계로 나눠 연구를 진행했다.

1단계에는 테라급 단위소자 기술 개발을 목표로 원천기술 확보에 주력했다. 2단계에는 테라급 집적 요소기술 개발을 목표로 응용 및 장비, 공정기술을 확보하는 데 힘썼다. 3단계에는 테라급 TEG 개발을 목표로 TEG 및 실용화 기술을 확보하고자 했다.

특히 연구기획 및 과제선정 단계부터 최종적인 수요자인 기업을 끌어들여 단순히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닌 산업 경쟁력 강화에 곧바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를 추진했다.

또한 2020년 이후 나노분야의 연구개발 방향에 대한 아이디어 도출을 위해 GE를 벤치마킹해 도입한 Imagination Breakthrough, SWOT 분석, 기술 가치 확산을 위한 PMD(Project Model Development) 과제 수행, 국내외 전략 워크숍 등 다양한 전략을 도입했다.

사업단은 이와 같이 장기 사업을 위한 단계별 전략을 적용하면서 단기적인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마치 대양을 항해하는 큰 선박처럼 최종 목표를 향해 묵묵히 최선의 노력을 집중했다. 이로 인해 1, 2단계 평가에서는 단기적인 기술 이전 실적 건수가 빈약하다는 이유로 많은 불이익이 있었다. 하지만 그나마 논문과 특허 등의 성과가 뛰어나 끝까지 사업을 이어올 수 있었다. 만약 거기에서 중단됐으면 어떻게 됐을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기만 하다.

결과적으로 국가 장기연구 개발사업에 대한 소신과 믿음, 그리고 우직스러운 열정과 고민이 있었기에 프론티어 종료사업의 대표 성과를 비롯한 대형 성과들을 거둘 수 있었다. 사업 중반 화합물 반도체 연구에 대한 일부 부정적인 의견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실리콘 반도체의 물리적·기술적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필수 대안임을 확신하고 현재까지 이끌어온 결과 '실리콘 위 화합물 반도체 성장 원천기술'을 개발해 지난 20년간 반도체 산업계의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앞으로도 이러한 장기연구사업은 사업목표와 전략이 단·중기 과제 수행과는 달리 차별화돼야 한다.

당장 오늘 내일의 결과를 기대하고 추진해서는 안되며 목표가 정해지면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본래의 취지와 철학대로 일관되게 지속되어야 한다. 또한 지난 10년 간 국가 주도로 경쟁력을 갖게 된 나노기술은 향후 나노시스템 기술로 한 단계 더 발전시켜 새롭게 도래할 슈퍼 인공지능 녹색사회(Super-intelligent Green Society)에 대비할 수 있도록 또 한 번의 국가적 R&D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번 테라급나노소자 개발사업단의 성공이 향후 국가 주도의 장기 과제 수행에 좋은 사례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