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는 '파이낸셜뉴스 미술제' 특별행사로 한국미술평론가협회와 공동으로 학술세미나를 개최한다.
오는 4일 오후 2시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전시실에서 '2000년대 한국 현대미술의 새 경향과 신예작가들'이라는 주제로 극사실, 미디어 팝아트 한국화의 4개장르로 나눠 4명의 미술평론가가 주제발표를 한다.
극사실 김병수(미술평론가), 미디어 고충환(미술평론가), K-pop 윤진섭(국제미술평론가협회 부회장·호남대교수), 한국화 장준석(미술평론가)씨의 발표 요약문을 소개한다.<편집자주>
한 미술평론가가 서울에서 눈을 뜬다. 컴퓨터를 켜고는 ‘페이스북’을 클릭한다. 뉴욕주에 거주하며 활동하는 10살 위의 조각가가 자신의 인적 관리를 위해서 시작했다면서 그에게 친구되기를 신청했었다. 소호가 매력적이던 학창시절을 회상하면서 브루클린 라거라는 생맥주를 추천했었다. 액션을 주로 하는 무비스타와 이름이 같은 것과는 달리 그는 아주 젠틀했다.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맺어진 관계는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선배 미술평론가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한때 한국적 미니멀리즘이 융성하던 시기에 화랑 문을 열고 들어가면 모든 공간이 하얗다고 과장을 섞은 농담조의 평가도 있었다. 똑같이 그리는데 이골이 난 듯한 그림이 다시 등장하자 비슷한 농담이 돌았다.
페이스북을 하던 미술평론가는 ‘에프비 프렌드’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 ‘구글’로 검색을 한다. 가끔은 사운드 아트에 대해 논하다가 윌리엄스버그의 아트 카페 갈라파고스에서 행해진 퍼포먼스를 ‘유튜브’로 본다.
주(註)로 인용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을 듣는 온라인상의 자료들과는 달리 확실한 전거(典據)인 도서는 예약 주문한 ‘아마존’을 통해 받는다. 가끔 “당신네 국가에서 세금을 부과할지도 모른다”는 주의문에도 불구하고 그런 사태는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그림이 그림의 틀을 넘어서 이러한 세계를 엿보는 것이야말로 하이퍼리얼리티의 미학이 취하는 자세이다. 화가가 경이로울 정도로 환상적인 기술을 동원해 세밀하게 묘사해놓은 세계는 모조 전문가의 솜씨에 의한 것이다. 낭만주의를 거친 플라톤주의에서 보면 그것은 ‘아름다운 나라’를 위해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들이다. “예술이 의식적으로 환상과 유희를 하고, 어떤 이미지의 이미지를 통해 모든 이미지의 허상을 받아들이는 경우” 그 미술은 지속될 수 있을까? 일종의 모조품 산업으로서 명맥을 유지할까 혹은 영화 매트릭스에서 일상의 앤더슨이 네오의 운명을 개시(開示)하는 것처럼 새로운 존재의 역운을 펼쳐 나아갈지 자못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일화를 이야기하는 화면은 분명히 그러한 점을 드러내며 역사보다는 전설의 복제를 즐긴다. 이러한 역사적 감각이 미국식 극사실주의의 유혹을 벗어날 수 있도록 해주는지도 모르겠다.
“거의 진짜에 가까운 것에 대한 광적인 갈망은 언제나 기억의 진공상태에 대한 신경질적인 반응으로서 나타날 뿐이다. 절대 모조품은 실체가 없는 현실에 대한 불행한 자의식의 산물이다.
” 미국의 ‘완전 모조품’을 둘러본 에코의 시니컬한 평가이다. 모조 산업과 고고학이 결합되는 듯한 모습이다. 거기에 우리의 현대 삶에 대한 문화인류학적 보고서가 끼어들면 21세기 한국의 하이퍼리얼한 화면은 그 연작을 지속한다.
/홍익대 강사,미학·미술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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