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발사를 3시간 앞둔 9일 오후 2시께. ‘소방설비 문제로 발사준비 절차가 잠시 중단됐다’는 나로우주센터 내부 방송이 발표됐다. 숨죽으며 나로로 발사 준비과정을 지켜보던 나로우주센터 관계자들은 물론 기자, 멀리서 나로호 발사 과정을 지켜보기 위해 찾은 관광객들 사이에 ‘발사가 또 연기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됐다.
20분 뒤인 2시 20분께. 교육과학기술부 편경범 대변인이 “나로호의 화재에 대비해 준비된 소방 노즐이 오작동하면서 소화용액이 분출돼 발사운용을 중지했다”고 밝히자 탄식이 쏟아졌다.
이날 오후 5시로 예정됐던 나로호 2차발사가 소방설비 노즐의 오작동으로 연기되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직원들 및 주변 관계자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소방설비 전기 신호 오작동
발사 연기의 원인은 소방설비의 전기 신호가 일부 오작동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나로호가 발사될 경우 주변에서 엄청난 고열과 각종 가연성 주변물질 때문에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준비한 소방설비에서 전기적 문제가 생겨 무리 없이 진행되던 나로호 발사의 발목을 잡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측은 “일단은 나로호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주변 시설 일부에서 생긴 문제로 보인다”며 “따라서 원인규명이 신속히 진행될 경우 빠른 시일 내에 발사 시기를 다시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문제의 원인이 사람에 의한 실수인지 아니면 장비 자체의 결함 때문인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실수일 경우 빠르게 재시도를 계획할 수 있지만 장비의 문제일 경우 교체, 설치, 재점검 등의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재설치를 할 경우 기타 연계된 시스템 및 부품들과 문제 없이 연계돼 작동하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재발사 일정은 언제로…
이날 오후 6시 한·러 전문가들로 구성된 비행시험위원회가 재소집돼 정확한 원인 규명 및 새로운 발사일정에 대해 논의했다.
항우연 측은 당장 다음 날인 10일의 발사는 어려울 수 있더라도 다음 주께 재시도를 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원인이 확인돼도 1∼2일 내에 다시 발사를 기획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발견된 만큼 분석회의와 평가를 진행해야 한다. 또한 리허설 이전 점검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가능성이 높고 발사를 위한 날씨와 기타 조건을 다시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로호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 대비한 예비발사기간은 오는 19일까지다.
이번 발사연기에 대해 ‘오히려 1차발사 실패 때보다도 기술력이 퇴보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적어도 1차발사 실패 때는 무리 없이 우주를 향해 나로호가 발사되기는 했다”며 “엔진이나 페어링, 통신장비의 문제도 아니고 소화용액의 분출을 제대로 점검·제어하지 못해 지상에서 1m도 날아오르지 못한 채 발사가 연기됐다는 점은 부끄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kueigo@fnnews.com김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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